이렇게 연기를 잘했던 배우였던가. 새삼 느끼는 '구르미 그린 달빛'이다.
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 연출 김성윤, 백상훈)에서는 '박보검이 다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연을 펼치는 박보검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박보검은 극 중 세자 이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는 중이다. 이영은 개구쟁이 같은 모습이 있다가도 자신을 노리는 대신들 앞에선 냉소적인 모습을, 이리저리 휘둘리는 아버지 앞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또 어떨 땐 한없이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이는, 그야말로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때문에 이영을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력이 매우 중요했던 상황. 박보검이 이영 역으로 캐스팅됐을때, 물론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보여준 모습 때문에 안심은 됐던 상황이었지만 우려가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응답하라 1988' 이전 박보검은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바 있지만 그리 두드러지는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던 상황이었고 '응답하라 1988' 속 최택 역할은 '구르미 그린 달빛' 이영과는 180도 다른 캐릭터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보검은 첫 방송부터 이와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고, 지난 29일 방송에선 그나마도 남아있는 우려들을 모두 없애버릴 정도의 열연을 선보였다.
우선 홍라온(김유정 분) 앞에선 개구진 이영의 모습을 보여줬다. 궁궐에서 홍라온을 발견하자 개구진 얼굴에 개구진 미소를 가득 채우며 보는 이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뿐만 아니라 김병연(곽동연 분)이 자신이 주목받을 수 있는 훈련을 진행하자 질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랬다가도 아버지(김승수 분) 앞에선 얼굴을 싹 바꿨다. 현재 왕위에 앉은 왕은 유약하고 대신들에게 휘둘리는 왕. 후궁인 숙의박씨(전미선 분)를 보고싶어도 몰래 밀지를 전해 자신의 뜻을 전해야만 하는, 힘 없는 왕이었다.
이런 아버지 앞에서 이영은 마음껏 분노했다. "그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거냐. 어머니가 돌아가셨을때도 그랬다. 설령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해도 뭐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니었냐"고 눈물을 흘리며 화를 냈다.
"박보검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었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한 회였다. 눈빛이 순식간에 변하는 건 식은 죽 먹기인듯 보였고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설렘 눈빛은 기본 옵션이었다. '응답하라 1988' 최택을 모두 잊은 박보검의 연기가 앞으로 더 기대되는 대목이다. / trio88@osen.co.kr
[사진]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