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계상이 진짜 인생작,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바로 지난 26일 종영된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다. 윤계상은 이 드라마에서 로펌 대표인 서중원 역을 맡아 전도연이 연기한 김혜경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능력있는 변호사로 활약을 했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한 여자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의 모습은 여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윤계상을 촬영을 완료한 다음 날인 지난 25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마지막 촬영 때에 결말을 알았다는 윤계상은 만족을 하느냐는 질문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배우들 다 잘 살릴 수 있는 결말이었다. 감독님이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다"며 "우리 나라에서 어떻게 보면 생소한 이야기이니까 감정선이 불편할 수도 있고 한데, 생각을 좀 많이 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윤계상은 원작 드라마를 보지 않았을 뿐더러 원작 팬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었다고. 그래서 부담을 느끼기 보다는 이야기 자체의 탄탄함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또 이런 작품에 참여할 수 있음을 영광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저는 '굿와이프'가 너무 사랑스럽다. 저에겐 '연애시대'라는 드라마가 기억에 굉장히 많이 남아 있다. 이혼한 부부가 결합을 하는데, 심지어 남자는 재혼했다가 이혼을 하기도 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드라마를 만들었다. 그 정도로 감정선이 치밀하다는 얘기라 그런 작품을 만났으면 했다. '굿와이프'는 저의 이런 오랜 소원을 풀어준 작품이다. 그래서 되게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윤계상은 처음 출연을 결정 지을 때 서중원의 역할 소개가 굉장히 좋았었다고 밝혔다. 흑과 백을 골고루 가지고 있는 친구라는 점이 큰 매력점이었다고. 그리고 전도연과 함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에 앞뒤 잴 것도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서중원은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연기적으로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매력 어필은 커녕 존재감도 없이 묻힐 수 있기에 연기자의 역량이 굉장히 중요했다. 윤계상 역시 "굉장히 어려웠다"고 말하며 "힘을 줄 것인가 뺄 것인가가 제 가장 큰 숙제였다"고 설명했다.
"너무나 큰 줄기를 가진 김혜경과 이태준이 그 중심에 있고 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김혜경이 사무실에 와서 일을 하게 되면서 점점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큰 줄거리가 나와서 핵펀치처럼 치고 들어가는 캐릭터가 아니다. 분명 이태준은 검사 출신에 바람을 피우는 등 센 캐릭터일텐데 그것을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러다 가장 좋은 방법은 힘을 푸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모나지 않게 그들에게 흡수되자. 서중원이 가진 가장 큰 줄기는 김혜경을 좋아하는 마음이고, 그것은 분명히 쌓일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초반에는 연기한 것 같지도 않고 해서 되게 힘들었다. 감독님과 이게 맞는건가 얘기도 많이 했는데 결국엔 잡히더라."
변호사 역할이다 보니 전도연과 마찬가지로 대사에 대한 어려움을 느꼈고, 법정신과 같은 경우엔 고민이 많이 될 정도로 힘들었다는 것이 윤계상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배우들이 다 어려워하는 것이 법정신이고, 다른 촬영보다 두 배는 더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도연 누나가 얼마나 힘들었겠나"라며 전도연을 가장 많이 걱정하고 챙겼다.
후반부 김혜경이 서중원의 마음을 받아들이면서 일각에서는 불륜 미화 드라마가 아니냐는 부정적인 반응도 일었다. 배우 역시 그렇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연기적인 고민이 많았을테다. 이를 거론하자 윤계상은 "그 부분은 감독님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우리끼리는 걱정을 많이 하긴 했다. 드라마에서 호텔에 가는 건 처음이다. 430만원 짜리 방을 잡는 것이 괜찮겠냐 걱정을 했는데, 감독님이 꿋꿋하게 미셨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호텔 엘리베이터 키스신에 대해 "긴장도 많이 했다. 키스를 시작하고 난 뒤엔 커트 없이 한 번에 다 찍었다. 엔지 한번 안 났다"라고 설명한 뒤 역대급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생각하는 명장면 역시 전도연과의 키스신이었다.
"명장면이라고 하면 키스 밖에 생각이 안난다. 첫 번째 했던 기습키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저는 감정이 쌓여있지만 시청자들에겐 친절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게 키포인트였고, 폭발력도 셌던 것 같다. 그걸 또 도연 누나가 잘 받아줬다. 그 장면은 지금 봐도 설렌다.(웃음)"
/parkjy@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