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재훈이 드디어 21년차 가수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줬다. 사실 요즘 젊은 세대는 탁재훈을 개그맨 내지 방송인으로 알고 있다. ‘걸스피릿’에 출연하는 어린 걸그룹 또한 탁재훈을 가수가 아닌 농담 잘하는 개그맨으로 알고 있는 상황.
하지만 탁재훈이 지난 30일 JTBC ‘걸스피릿’ 무대에서 자신이 가수라는 걸 제대로 확인시켜줬다. 이날 방송은 A조와 레전드 가수의 콜라보레이션 무대가 꾸며졌는데, ‘걸스피릿’의 오구루 이지혜, 서인영, 천명훈, 장우혁, 탁재훈도 12돌과의 콜라보 무대에 나섰다.
12돌이 각자 함께 무대에 오르고 싶은 선배 가수들을 생각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걸그룹 소녀들이 탁재훈을 기피했다. 이유는 탁재훈이 ‘걸스피릿’에서 매번 농담하고 항상 “예스 구웃~”이라는 유행어를 만들려고 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기 때문.
에이프릴 진솔은 “나보다는 다른 언니들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CLC의 승희는 “잘 모르겠다”고, 오마이걸의 승희는 “음..”, 우주소녀의 다원은 “코믹하게 하지 않을까”, 소나무의 민재는 “파트너로 생각을 안해봤다” 등 모두 긍정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탁재훈도 팀을 이뤄 무대에 올라야 했고 탁재훈의 파트너로 러블리즈의 케이가 선택됐다. 탁재훈은 케이와의 첫 만남에서도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보여 과연 두 사람이 제대로 된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갖게 했다.
탁재훈과 케이가 선곡한 노래는 컨츄리꼬꼬의 ‘키스’였다. 그러나 리허설에서 케이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탁재훈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계속해서 박자를 놓쳤고 한 번도 1위를 하지 못했던 케이는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역시 명불허전 탁재훈이었다. 탁재훈은 컨츄리꼬꼬로 활동하면서 재치 있는 퍼포먼스는 물론 허스키한 목소리와 가창력으로 내는 곡마다 인기를 끌었고 많은 수상도 했는데, 이날 오랜만의 무대에서 여전한 실력을 보여줬다.
탁재훈은 구루 자리에 있을 때와는 달리 진지한 모습으로 노래를 시작했고 케이와의 무대에서는 환상의 화음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특유의 재치 넘치는 퍼포먼스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결국 탁재훈과 케이는 102점이라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결국 최종 우승도 차지했다.
처음에는 12돌의 기피대상이었지만 21년차 가수의 여유로움과 여전한 실력으로 케이와 환상의 무대를 보여준 탁재훈. 탁재훈을 개그맨으로 알았던 12돌도, 젊은 세대의 시청자들도 탁재훈의 진가를 확인했던 무대였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걸스피릿’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