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계 대부 구봉서는 암울하고 팍팍했던 1960~70년대 고단한 삶을 사는 대중에게 넉넉한 웃음으로 위로를 건넸다.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풍자와 해학이 넘쳤던 그의 개그 철학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지난 30일 특별 편성된 MBC ‘희극인 구봉서 추모특집’에서 한 평생 희극인으로 살아온 구봉서의 삶을 반추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코미디언들의 큰 별 구봉서는 지난 27일 향년 90세의 나이로 가족과 절친한 후배들의 배웅을 받으며 먼 길을 떠났다. 영정 사진 속에서도 구봉서는 평소처럼 푸근한 미소를 띠고 있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고인을 떠나보내는 유가족과 지인들은 그저 안타깝고 애달픈 마음이었다. 구봉서는 “코미디언 후배들이 돈이 없으니 조의금을 받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평소 그의 인자한 성품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945년 태평양 가극단 악사로 입단한 구봉서는 데뷔 이후 4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후대 사람들은 그를 놓고 대한민국 코미디의 황금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구봉서는 배우 찰리채플린처럼 개그를 통해 사회 부조리를 풍자했다. 한 번 웃고 난 뒤에 오는 삶의 슬픔을 강조한 것인데, 보면 당장 웃음이 나지만 뒤돌아서 생각하면 이면을 느낄 수 있는 진실이 담긴 코미디를 지향했다.
대타로 무대에 올랐던 구봉서에게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이 평생의 일이 됐다. 진정으로 희극을 사랑하며 세상을 밝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것이다. 구봉서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영원한 대부로 남을것 같다./ purplish@osen.co.kr
[사진] '구봉서 추모특집'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