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는 박준화 PD의 데뷔작이다. 이후 여러 편(시즌1~8, 시즌 10·11)의 시즌을 제작했고, ‘식샤를 합시다’ 시즌 1·2, ‘싸우자 귀신아’ 등을 연이어 내놓았다. 박 PD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작품들을 하나씩 되돌렸다.
박준화 감독의 연출 모토는 ‘힐링’이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위로를 받고 잠시나마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가 의도한대로 그의 연출작들은 특유의 색깔을 가지며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자 하는 그의 진심과 따뜻한 눈빛, 배우들 간의 믿음에 시청자들은 동요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함께 했던 스타들 역시 박준화 감독에 대한 신뢰가 깊다.
잠시 만나 얘기를 나눴지만 박 감독이 품고 있는 가치와 드라마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를 배려하는 그는 굉장히 성실한 인터뷰이였다.
-옥택연과 김소현을 캐스팅한 이유는.
옥택연이란 친구가 이 드라마를 통해 연기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소현도 하나의 드라마를 끌어갈 수 있는 연기자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두 사람을 만나면서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옥택연이 아이돌에서 연기자로 거듭났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그걸 보고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택연과 소현의 나이 차이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호흡이 편안하게 보였다. 이 친구도 여주인공으로서 성장했다는 생각에 기뻤다.
-분장한 귀신들과 CG가 무서워서 눈을 감고 안 본 장면도 있다.
공포 드라마에서 귀신이 이상하다는 지적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웃음) 제 나름대로 목표를 달성했다. 분장팀과 CG팀이 고생을 많이 했다.
-시청률이 전작에 비해 낮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장르가 독특해서 이 정도도 안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는 ‘싸우자 귀신아’를 시청률 지향적인 드라마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고무적으로 꽤 잘 나온 편이다.
-김현숙, 서현진, 윤두준 등 카메오 출연이 많았다. 작품을 같이했던 배우들과 의리가 깊은 것 같다.
여전히 연락하고 지낼 만큼 친하긴 하다.(웃음) 같이 작업을 하면서 재미가 없었거나 힘들었다면 카메오로 초대하기 어려울 텐데 서현진 김현숙 이수경 윤두준 은 함께 할 때 굉장히 즐거웠다. 이제는 고민도 털어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이다. 저는 부탁할 때 ‘너 시간 될 때 30분만 내달라’고 한다. 그럼에도 즐겁게 와서 해준다. 다음 작품의 카메오는 김소현과 옥택연이다. 카메오라는 게 연출자나 연기자 입장에서 서로가 윈윈하는 것이다. 낯선 현장에 오기 어려울 수 있는데 곧바로 화답해준 배우들에게 고맙다. 촬영장에서 안부를 주고 받는다.
-배우를 캐스팅할 때 가장 중요시 하는 부분은 어떤 점인가.
저는 대본상의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인지 고민한다. 본인의 캐릭터가 묻어나느냐를 따진다. 봉팔이는 어둡고 밝은 성격이 공존하는 인물이었는데 택연이 본인의 캐릭터를 살려 잘 표현해줬다. 소현이는 실제로도 여고생이라서 그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순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자신의 옷을 입은 듯 제가 원했던 느낌과 잘 맞아 떨어졌다. 정말 잘 맞은 캐릭터는 영철 스님 김상호다. 머리를 깍지 않아도 됐으니.(웃음) 저와 함께 했던 배우들이 다들 잘 됐으면 좋겠다.
-드라마를 통해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힐링이다. 마지막 회도 힐링받을 수 있는 부분이 충분이 있었다.
-연출자로서 깨어 있는 동안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제가 그리 활동적인 사람이 아니다. (웃음)한가하면 정말 하루종일 본다. 만화의 내용이 무엇이든 그 안의 스토리 전개나 호흡 등을 따지며 본다. 책을 통해 연출적 노하우를 얻기도 한다.
-‘막돼먹은 영애씨’를 오랜 시간(시즌1~8, 10~11) 연출했기에 애착이 가장 클 것 같다.
연출자로서의 길을 만들어준 인생 드라마다. 7년 정도를 했는데, 그 드라마의 색깔이 몸에 각인돼 있다. 그런 것들이 다른 작품을 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됐다. 제가 당시 많이 부족할 때 했고 힘들었다. ‘식샤를 합시다’는 연출로 거듭난 기회를 만들어줬고 ‘싸우자 귀신아’는 다양한 분야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작품이다.
-그런데 왜 연출을 중단하셨나.
언젠가는 다시 맡을 생각이다. 제가 자꾸 영애(김현숙 분)를 결혼시키고 싶고 해서.(웃음)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아 새 작품을 생각했고 ‘식샤’가 나올 수 있었다. 언젠간 ‘식샤3’도 나오지 않을까. 정말 다행스러웠던 건 같이 작업했던 연기자들이 모두 성품이 좋았다. ‘막영애’와 ‘식샤’ 모두 다시 해보고 싶다.
-향후 어떤 장르의 작품을 계획중인가.
CG가 나오지 않는 작품을 생각중이다. 하하. 이번 작품처럼 좋은 팀을 만나면 완성도 있게 짧은 시간에 할 수 있겠지만 CG팀과 분장팀이 고퀄리티로 만들어줬다. 앞으로도 그 분들과 하고 싶지만 너무 바빠서 또 같이 할 수 있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완성도가 보장되면 ‘싸귀’ 시즌2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 작품에서 욕심내고 싶은 부분은.
제 인생드라마를 ‘막영애’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사람들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해서다. 드라마 안에서 인물간의 관계 속에서 그려지는 모습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너무 극적이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이 드라마 시청을 통해 행복한 마음을 느끼는 게 목표다.
-작품을 통해 인연을 맺고 싶은 배우가 있나.
성격 좋은 배우를 만나고 싶다. 제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보면서 김소현과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같이 하게 돼서 좋았다. 다음에는 박신혜 씨와 함께 하고 싶다. 천사처럼 착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친구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웃음)/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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