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연인’ 이준기가 어머니를 지키기 위한 핏빛 칼부림을 택했다. 자신을 지독히도 배척하는 어머니이지만 그래도 위기에 몰고갈 수 없었던 이준기의 슬픈 살인이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핏빛 칼부림도 섹시하고 안타까운 마성의 배우 이준기가 ‘달의 연인’의 진짜 이야기의 문을 열었다.
이준기는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에서 어머니이자 황후인 유씨(박지영 분)의 질투심 때문에 얼굴에 흉터가 생긴 후 황실 사람들에게 멸시와 따돌림을 당하는 네 번째 황자 왕소 역을 맡았다. 유씨의 노골적인 배척, 미모를 중요하게 생기는 황실 사람들의 무시 속에 왕소는 홀로 힘을 길러왔고 지난 30일 방송된 3회에서 세자인 정윤 왕무(김산호 분)를 죽여 권력을 차지하고자 하는 유씨의 모략을 알고 이를 막아섰다.
유씨가 살수 조직을 양성하고 있었고, 이를 다른 황자들에게 들킬 위험에 처하자 왕소는 그토록 자신을 내동댕이치는 유씨를 위해 살수들을 모두 죽였다. 왕무의 군사들이 당도하기 전에 이미 살수들은 모두 죽어있었고 유씨가 연관돼 있다는 흔적까지 없어졌다. 어머니의 사랑을 그리워하고 아파하는 왕소가 어머니를 위해 정의를 버린 선택은 아픔 그 자체였다. 무술로 단련된 살수들을 단박에 목숨을 끊어버리고 피가 튄 얼굴로 분노하고 슬퍼하는 왕소의 모습은 이날 방송의 명장면이었다.
‘달의 연인’은 현대 여인이 고려 여인으로 빙의돼 벌어지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1회와 2회는 갑자기 고려로 건너와 해수라는 몸에 살게 된 고하진(아이유 분)의 당혹스러운 감정이 주를 이뤘다면 3회는 남자 주인공인 왕소를 중심으로 흘러가며 진중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왕소를 연기하는 이준기의 안타까운 처지, 왕무를 구하고도 어머니를 위해 다시 왕무의 뒤통수를 칠 수밖에 없는 왕소의 선택은 안방극장을 짠하게 만들었다.
이준기는 첫 방송부터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감정선의 중심에 우뚝 섰다. 연기 잘하고 대중성도 높은 배우인 이준기는 멋있으면서도 동시에 모성애를 자극하는 왕소를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다. 1, 2회가 왕소의 흔들리는 눈빛 속 그간의 고초를 추측하는 시간이었다면 3회는 본격적으로 왕소라는 풍운아의 반란의 시작을 알렸다. 핏빛 칼부림마저 섹시하고 안타깝게 그려내는 이 멋진 배우의 펄럭거리는 날개짓이 드라마 ‘달의 연인’의 흥미를 확 높이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달의 연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