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널'이 현 시대의 단면을 꼬집으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뚫어준 명대사를 공개했다.
#1. “기자님들, 지금 방송이 중요합니까? 생명이 중요합니까?”
터널 붕괴 사고가 발생하자 수많은 기자들이 현장으로 달려온다. 특종에 눈이 먼 조기자(유승목 분)는 휴대전화 배터리가 생명줄인 정수(하정우 분)에게 막무가내로 전화 연결을 시도한다. 구조 본부 대장 대경(오달수 분)의 저지로 전화 인터뷰가 중단되자 생방송 중에 무슨 짓이냐며 불같이 화를 내기까지 한다.
대경은 “기자님들, 지금 방송이 중요합니까? 생명이 중요합니까? 그 쉬운 질문에도 대답 못합니까?!”라며 기자들에게 통쾌한 한 마디를 남긴다.
특종에 혈안이 되어 생명의 소중함마저 망각한 언론의 행태를 통쾌하게 꼬집는 이 대사는 오달수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과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 "저희 남편 만약에 살아있으면 어쩌시려고요? 미안하지 않으세요?"
정수의 구조에 별다른 성과 없이 지지부진한 날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명사고까지 발생하자 여론은 급격하게 변한다. 때를 기다린 듯, 정부 관료(박혁권 분)는 정수의 아내 세현(배두나 분)을 찾아와 인근 제2터널 완공을 위한 공사 재개 동의서에 서명을 요구한다.
이에 세현은 “저희 남편 만약에 살아있으면 어쩌시려고요? 미안하지 않으세요?”라며 생명 보다 재정손실을 따지는 데 급급한 정부 관료에게 일침을 날린다.
사고 피해자 가족으로 분한 배두나가 퉁퉁 부은 눈,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나직이 내뱉는 이 대사는 지켜보던 관객들까지 울컥하게 만들며, 아직까지도 명대사로 회자되고 있다.
#3. "지금 제정신입니까?"
35일 만에 기적적으로 터널 밖으로 구출되어 나온 정수. 대경은 정수를 급히 헬기로 이송하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보좌관(박진우 분)은 장관(김해숙 분)과의 기념 촬영을 위해 기다릴 것을 요구한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길을 막는 보좌관에게 대경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지금 제정신입니까?”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다. 끝까지 실망시키지 않는 장관의 보여주기식 행동에 정곡을 찌르는 오달수의 대사는 관객들의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뻥 뚫어준다. / trio8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