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울고있던 아이 김유정을 기억한다. '추격자' 속 김유정도, '해운대'속 그도 그랬다. 그저 '연기신동'으로 불렸던 김유정인데 어느새 어엿한 13년차 여배우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가 녹여내는 연기엔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춘 춤처럼 고운 선이 있다.
김유정은 30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라온르오 분해 멋진 독무로 이영(박보검 분)을 감동하게 했다. 이영에게 죽은 어머니를 추억하게 만든 것이다.
이날 홍라온으로 분한 김유정이 보여준 춤은 전문 댄서들이 보여준 것처럼 남다른 기교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극에서 이영이 라온의 춤을 보며 어머니를 생각한 것처럼 안방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장면임은 분명했다.
2분 남짓한 짧은 장면. 하지만 김유정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살렸다. 손 끝 한 마디, 눈빛 하나에 온 마음을 담아 완벽하게 라온이 되고자 했다.
섬세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라온으로 변한 김유정은 떨리는 손끝과 애처로운 눈빛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고 10년이 넘는 연기경력과 풍부한 감수성을 가진 덕분에 그의 독무엔 그가 목적한 것들이 풍부하게 묻어났다.
김유정은 해당 장면을 위해 촬영하기 두 달전부터 전문가를 찾아 따로 연습을 진행하는 열정을 보였다.
작품을 향한 김유정의 완벽주의를 예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무 장면에서 기술적인 부분에 욕심내기보다 연기자로서 감정표현에 충실한 그녀의 선택은 놀랍기만 하다.
김유정 특유의 연기의 선과 결이 벌써부터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 데뷔 후 방송만 27건, 영화는 22편. 쉬지않고 부지런히 그리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달려온 그다.
무엇보다 '꼼수'로 어물쩡 넘어가는 것이 아닌 '정수'를 택하는 여배우 김유정이다. 앞으로의 연기인생 또한 고운 선으로 가득하길 응원해 본다. /sjy0401@osen.co.kr
[사진] KBS 제공, KBS 2TV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