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듀오 옴므는 가요계 희귀템이라 할 만 하다. 톡톡 튀는 남자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 둘이 뭉쳐 만들어내는 존재감은 상당히 묵직하다.
6년여의 세월. 프로젝트성에서 시작해 정식 그룹이 된 사람들이 또 있을까. 옴므는 그런 점에서 특별한 지점에 있다. 이현은 빅히트의 첫 번째 연습생이었고 이창민은 방시혁 PD가 직접 제작한 빅히트의 첫 번째 아이돌이다. 이런 두 사람이 우연히, 하지만 운명적으로 옴므로 뭉치게 됐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30일 발표된 신곡 '딜레마'를 통해서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온 가족이 모이게 됐다.
'가을 남자'의 분위기를 가득 풍기는 두 사람. "나이가 들수록 잘생겨지는 것 같다"란 말에 이창민은 "환갑 때가 기다려지는 그룹인 건가"라고 대답하며 웃어보였다.
일부러 신곡은 가을 시즌을 저격한 것이가란 질문에 이현은 "'가을에 나오자' 이런 건 없었다. 애당초 여름에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곡을 여름에 들고 나왔으면 너무 덥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말해 다시금 웃음을 자아냈다.
이창민은 "컴백 시기에 대해 정확하게 잡는 것은 항상 없었다. 딱 정해놓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곡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못 나온 적은 많았다. 방시혁 PD 형의 마인드는 곡이 좋으면 시기는 상관없다는 것이다"라고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음악적 소신에 대해 들려줬다.
'딜레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랩몬스터의 프로듀싱으로도 유명하다. 랩몬스터가 가이드도 직접 불렀다. 랩몬스터에 대해 옴므는 "랩 짐승인 줄 알았는데 만든 곡을 듣고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가이드에 대해 묻자 "멜로디가 있는 랩 처럼 불렀다. 그것을 멜로디를 뽑아서 우리화하는 데 사용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라고설명했다. 이창민은 "초반에 랩몬스터의 벌스를 듣고 특이하면서도 매력있게 느낄 만한 부분이 많이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렇게 탄생한 '딜레마'는 기존과는 또 다른 옴므의 색깔로 음악팬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중이다. 심플한 피아노로만 진행되는 노래. 가창을 하는 데 큰 부담이 될 만 하다. 옴므는 "한 마디로 숨을 곳이 없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더 없이 편하게 들리지만 노래를 부르는 데는 상당히 까다로운 곡이라고.
"멜로디 자체가 리드미컬하고 피아노 반주는 느린 것 같지만 템포감이 있어요. 박자감을 맞추기 어렵죠. 숨을 만한 곳이 없어요. 피아노 반주만 있는 곡은 정통 발라드가 많지만 '딜레마'는 '뭐지?' 싶은 것들이 있죠. 랩몬스터가 부른 래퍼 소울틱한 그런 감정선을 저희화 시키는 것이 주효했죠."
이창민은 "원래 옴므 색깔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그렇다고 완전한 새로움은 아닐 것"이라며 "오랜 팬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끔도 하고 싶었다. 낯설어하지 않게. 너무 기존과 다르면 원래 팬들이 서운해할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중용을 지켰다. 오래된 팬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하며 노래를 어필했다.
옴므 두 사람은 취향이나 개성에 있엇 거의 반대란다. 그래서 더욱 부딪히는 일이 없다고. 겹치지 않으니까 같은 걸로 싸우는 부분이 없어 서로 잘 융화되는 모습이다.
그래도 음악적 견해 차이가 크다면 힘들 듯. 이현은 "창민이가 날 잘 따라준다. 프로듀싱은 믿고 가는건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잘 믿고 따라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이창민은 "내가 더 좋은 결과가 있다면 고집을 부리겠지만 그렇지 않다(웃음). 음악적으로 형이 훨씬 잘 알고 많이 아니까. 형의 경험에 내가 많이 배우는 편이다. 형이 작업할 때 하던 것을 내가 경연 프로그램에 가져가서 쓰기도 한다. 굳이 내 의견을 제시 안해도 된다"라고 대답하며 이현에 대한 존경심도 드러냈다.
옴므가 단순히 프로젝트성 그룹이 아니게 된 것에는 메가히트곡 '밥만 잘 먹더라'의 영향이 컸다. 이현은 "주변에서 '밥만 잘 먹더라' 같은 노래를 계속 하라고도 하는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밥만 잘 먹더라' 이후로 크게 범 대중적인 곡이 못 나와서 저희가 조바심이 나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신가 봐요. 옴므가 신인이면 그럴 수도 있는데, 저희는 오히려 좀 더 새로운 것들을 해보고 싶어요. 밥벌이만 하는 가수가 아니라 끝까지 계속 듣고 싶은 음악을 하는 가수가 됐으면 좋겠어요."(이현)
"요즘은 음악이 워낙 많이 나오다보니 들을 게 많죠. 다양해지다 보니 옛날처럼 트렌드란 게 특별히 없고 본인만의 시대잖아요. 음악도 마찬가지에요. 옴므가 하는 음악들, 옴므라는 음악을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기대를 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기다려진다'란 말을 가장 듣고 싶어요. 그러다가 '밥만 잘 먹더라' 같은 범 대중적인 곡이 나오면 좋은 거죠."(이창민)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디올옴므'(명품 브랜드)를 이기고 싶다"란 예상 외 대답이 돌아왔다. 진지함 뒤 훅 들어오는 유쾌함. 나이가 들수록 멋있어진다는 말이 비단 외모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음악도 생각도 마찬가지다./ nyc@osen.co.kr
[사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