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종석을 언급할 때면 늘 작품을 보는 심미안이 거론되곤 한다. 스스로 ‘드라마 덕후’를 자처한 것으로 유명한 그는 맡는 캐릭터를 전부 인생 캐릭터로 만들어 왔다. 작품이 혹평받더라도 이종석만은 살아남을 정도다.
이쯤 되면 그의 작품 고르는 눈만 출중한 것이 아니다. 완벽히 극 중 인물이 되어 자신 말고는 그 배역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드니, 이종석의 설정값은 연기력 혹은 소화력이라 불러도 좋을 터다.
MBC ‘W : 두 개의 세계’(이하 W)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야기가 어느덧 결말과 가까워지고 있는 동안 이종석의 연기력 이야기는 단 한 주도 빼놓지 않고 나왔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다. 지난달 31일 방송은 그 정점이었다. 그 동안 시청자들에게 선보였던 모든 강철의 모습이 12회에 전부 다시 펼쳐졌다. 흩뿌려졌던 떡밥들이 이 회차에 다수 회수됐듯이.
이날 방송에서 강철(이종석 분)은 오연주(한효주 분)과의 애틋하면서도 달달한 로맨스는 물론, ‘늘 강하고 좌절하는 법이 없던’ 주인공병에 자신을 만든 아버지의 얼굴을 한 진범(김의성 분)을 협박하는 어두움까지 전부 보여줬다.
특히 압권이었던 것은 스스로를 질투하는 강철. 이미 오연주와의 기억을 전부 잃었음에도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는 그의 잔상을 끝끝내 부활시키고 만 강철은 과거 웹툰 속에서 오연주의 남편이 됐던 자신을 질투했다. 웹툰 주인공인 강철과 현실 세계의 강철이 완벽히 분리됐음을 고하는 이 순간, 이종석은 그 틈을 붙잡아내는 연기로 설득력을 더했다.
이종석과 강철에게는 여러 군데 비슷한 점이 포착된다. 이전보다 나은 스스로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매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를 남기며 끝 모를 발전을 해 나가는 배우와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자유 의지를 발현한 극 중 캐릭터가 꼭 닮았다. 그리고 이는 강철이 된 이종석의 다음을 지켜보고 싶은 이유일 것이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W’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