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팬’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 공연이나 텔레비전, 음반 등 보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사생활까지 알아야 하는 팬을 일컫는다. 아이돌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은 마음이 집착이 된 것.
이들은 스타의 차량을 쫓기 위해 도로 위에서 위험천만하게 질주하고, 온라인에서는 해킹을 일삼는다. 이런 어긋난 팬심에 아이돌의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물론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분명 도가 지나치다. 이들에게 과연 ‘팬’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될까.
아이돌의 사생활이 해킹되는 일은 한두 번이 아니다. 앞서 걸그룹 소녀시대의 태연이 발신자 표시제한으로 걸려온 통화기록을 SNS에 올리며 공개적으로 호소했고, 그룹 블락비 지코 역시 SNS나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를 통해서 사생팬의 만행을 털어놨다. 엑소의 세훈 역시 매일 ‘인증번호’, ‘비밀번호변경’ 등의 문자에 시달린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생명도 위협받고 있는 상태다. 아이돌이 탄 차를 쫓기 때문이다. 앞서 극성팬을 태우고 스타의 차량을 따라다니는 일명 ‘사생택시’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질타를 받기도 했던 바. 이후에도 도로에서 위험천만한 사생팬의 질주는 멈추지 않는 듯하다. 지난해 엑소의 찬열은 중국 고속도로에서 자신을 쫓아오는 사생팬들을 향해 자중해 달라고 부탁했다.
진심 어린 호소도 닿지 않은 걸까. 갓세븐의 잭슨은 오늘(1일) 새벽 뒤따라오던 팬들의 차량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했다. 일본에서 열리는 ‘2016 JYP 네이션 콘서트 믹스 엔 매치(NATION CONCERT MIX&MATCH)’ 공연을 위해 출국하던 길이었고, 소속사는 현지 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수차례 그 위험성이 지적당하고, 스타들이 직접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려하던 결과가 발생했다.
비록 사생팬의 첫 질주는 스타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려던 의도는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고, 교통사고를 유발해 부상을 입혔다. 애정과 응원이 아닌 집착의 끝이 이렇게 참담한 결과를 낳은 것. 팬이라는 이름을 악용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경지로 치닫고 있지만, 스타들이 강경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아이돌들의 생명까지 위협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사생팬을 ‘팬’이라는 이름으로 존중해줄 수는 없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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