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호의 첫 영화 데뷔작(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1996)이 개봉한 지도 20년이 지났다. 20년차 배우 송강호는 하지만 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마음가짐이 20년, 30년이 된들 뭐가 다르겠냐"는 것.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살았나, 존재해왔나는 반추해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스스로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송강호는 많은 영화 배우 후배들이 우러러보는 선배다. 많은 배우가 '송강호 같은' 연기자가 되겠다 하고, '송강호의 영화'를 보고 연기자를 꿈꿨다고 말한다. 영화 '밀정'으로 가까이서 함께한 공유는 그런 그를 "괴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거꾸로 이렇게 존경받는 송강호가 '밀정'에서 함께 한 선후배, 동료 배우들을 볼 때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의 인터뷰를 토대로 정리해봤다.
◆ 공유,
(유아인에 이어 공유까지, 직전 작품에서 천만을 찍은 배우들을 만난다?) 내가 복이 있다.(웃음) 천만의 기운을 내가 기다리고 있다가 함께 먹은 느낌이다. 공유도 이번에 너무 잘 돼 좋다.
공유는 너무 성실하다. 굉장히 열정적으로 작업에 임했다. 촬영장에서 본인이 가장 막내고 후배니까, 아무래도 누를 끼치면 안된다는 자의식이 생각보다 강하다보니 그런 얘기(연기를 하며 느낀 박탈감에 대한)를 할 뿐이지 본인은 열심히 했고 분투했다.
(공유를 '다슬기'라고 칭한 것은) 공유에게 밝다기 보다는 맑은 느낌, 깨끗한 느낌이 있고, 그게 좋다. 실제로도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시선이나 영화를 대하는 태도랄까 이런게 외모에서 풍기는 것과 흡사하다. 1급수나 2급수 깨끗한 물에 사는 다슬기 같다. 생긴 게 다슬기 같이 생기기도 했다. 나는 다슬기를 좋아한다,(웃음) 실례되는 표현인지 모르겠으나 그 얘기를 하고 공유를 보니 다슬기와 비슷하게 닮았다. 이렇게 생긴 게...(너털웃음) 공유 씨한테 실례인가.
◆ 이병헌&박희순
특별출연한 이병헌과 박희순은 워낙 친한 후배들이다. 이들은 김지운 감독과도 친분이 돈독한 친구들이다. 두 분 다 바쁘고 역할이나 이런 것들이 본인들이 쉽게 결정하기에는 어려우리라 생각 했는데 너무 흔쾌히, 바쁜 시간을 빼서 열연을 해주셨다. 나는 아주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이병헌 씨도 같이 영화를 찍은 게 세 번째다. 8년 만에 만나니까 반갑기도 하고 생경하기도 하고 그렇더라. 그래서 리허설할 떄 농담으로 '오랜만이다 박창이'하면서 '놈놈놈'의 대사도 하고 그랬는데, 그게 또 '메이킹 영상'에 찍히고 그랬다. 내가 '오랜만이다 박창이'하면 이병헌은 '의열단장 정채산이오' 이런 대사를 치는 대신 '의열단장 박창이다' 이러면서 재밌게 찍었다.
◆ 엄태구
엄태구 씨는 잘 아시는 '잉투기'나 '차이나타운' 이런 영화에서 너무나 개성 강하고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이 작품에서도 가장 강력한 개성을 발휘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 모습은 정반대다. 목소리는 모기가 앵앵거린다고 생각될 정도로 작고, 카메라가 없으면 조용하다.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는 갑자기 광인처럼 변한다. 놀라운 에너지를 가진 배우가 아닐까 싶다. /eujenej@osen.co.kr
[사진] 워너브러더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