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는 '이성민'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데뷔했다. 실상 클라라로 활동했던 시기보다, 이성민으로의 활동기간이 상대적으로 더 길었지만, 당시 오랜 무명시절로 인해 그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지난 2006년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에서 무남독녀 외동딸 역할로 배우 첫 발을 내딛고, 이후 다양한 CF와 작품에 얼굴을 내밀었음에도 지금의 '클라라' 만큼 화제가 되지 않았던 게 사실. 2009년 드라마 '인연만들기'(2009)로 인터뷰를 진행했을 당시에는 "쓸만한 게 너무 없다"고 평범한 일상들을 곱씹으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했을 정도.
연기가 아닌 단 한 번의 '시구'가 바꿔놓은 인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날 이후 클라라에게는 줄곧 '섹시 스타'라는 꼬리표가 달렸고, 보기에도 아슬아슬한 길을 걸어왔다. 그렇다면 지금의 클라라가 떠올리는 당시의 이성민은 어땠을까.
"굉장히 어리숙했던 것 같아요. 일에 집중을 못했어요. 지금은 뭔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뭐가 중요한지 알게 됐고, 내가 뭘 해야하는지를 알게 됐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살고 있어요."
클라라가 걸어온 연예계 생활은 그의 말대로 '우여곡절'이 있었다. 연예계 대표 '섹시 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후, 부정적 이슈에도 수차례 노출됐다. 소속사 일광폴라리스와의 분쟁, 이규태 회장과의 공방은 전속계약효력 부존재확인소송으로도 이어졌고 자연스레 휴식기를 가지기도 했다.
굴곡이 유독 심했던 연예계 생활을 겪은 클라라. 그렇다면 지금 '악플보다 무플'이었던 과거 '배우 이성민'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있는지 물었다.
"혹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간절함이 필요해요. 그때는 운이 좋았어요. CF로 처음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고, 연기에 대해 준비도 안 되어 있던 상태에서 드라마 주조연급으로 들어가게 됐어요. 일이 눈앞에 놓여 있어서 그냥 했던 것 같아요. 간절함 같은 게 전혀 없었죠. 지금은 '간절함'이 있어요."
국내에서의 공백기 동안, 클라라는 중화권에서 부지런하게 활동했다. 중국드라마 '행복협심교극력'(행복한 초콜릿), 홍콩영화 '사도행자:특별수사대'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 합작영화까지 촬영을 끝마쳤다. 특히 '사도행자:특별수사대'의 경우에는, 9월초 국내 개봉이 확정되어 최근 특별시사회에도 직접 참여하는 등 열의를 내비쳤다. 그가 말한 '간절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하나의 역할이 오기까지,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구나를 알게 됐어요. 간절함은 연기에 대한, 일에 대한 집중도도 높여주는 역할을 해요. 캐릭터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파헤치려고 해요. 이성민일 때보다 지금 클라라일 때,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확실히, 조금은 더 성장한 기분이 들어요." / gato@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