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KBS와 사극, 그리고 최수종의 만남은 옳았다.
최수종은 지난 3일 첫 방송된 KBS 스페셜 '임진왜란1592'(극본 김한솔, 연출 박성주, 김한솔)에서 이순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 드라마는 중국 CCTV와 합작한 최초의 한국형 팩츄얼드라마로, 철저한 역사 고증에 입각한 사실적인 스토리와 장대한 스케일로 KBS 사극의 명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거북선이 첫 등장한 사천해전을 앞두고 고뇌하는 이순신(최수종 분)과 거북선을 앞세워 진격, 사천해전과 당포해전을 잇달아 승리로 이끄는 모습이 사실감 있게 그려졌다.
그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은 이순신과 그의 수하인 나대용(정진 분), 이기남(이철민 분)이었다. 나대용은 이순신에게 끊임없이 "어찌하여 죽으려 하는가"라며 선봉에 서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순신은 "우리는 앞으로의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는다"고 말할 따름이었다.
또한 이순신은 이기남에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가장 먼저 배에 타서 가장 나중에 배에서 내리는 것"이라며 진정한 지도자는 어때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줬다. 이에 김기남 역시 "아무도 기억 못할 이 이름, 장군님은 꼭 기억해주십시오. 그것이 제 목숨 값입니다"라는 말로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이순신과 장수들 외 거북선에 올라탄 이들이 목숨까지 내걸며 전의를 불태우는 장면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이는 시선을 압도하는 스펙터클한 해전신을 완성하는 큰 역할을 했다. 거북선을 비롯해 판옥선의 속도감과 규모나 전투의 리얼리티는 KBS가 '사극 명가'라 불리는 이유를 제대로 알 수 있게 했다.
최근 퓨전 혹은 판타지 사극이 많이 제작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KBS는 정통 사극을 고집해왔다. 정통 사극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긴 해도 '정도전', '징비록', '장영실' 등 여전히 깊이감 있는 작품을 연이어 만들며 역사 의식을 고취시켰다. 이번 '임진왜란 1592' 역시 마찬가지다.
최수종의 연기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100% 대역 없이 고난도 액션 연기를 펼치는 것은 물론이고, 대사 톤까지 바꾸며 이순신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대사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가 거북선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강렬한 눈빛 하나만으로도 압도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최수종의 사극=진리'임이 다시 한번 입증되는 순간이다. 이에 시청률도 쾌조다. 첫 방송부터 9.2%(전국, 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얻은 '임진왜란1592'가 남은 4회 동안 어떤 결과를 얻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parkjy@osen.co.kr
[사진] '임진왜란 1592'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