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유재석이라는 이름 옆에 ‘재발견’이라는 단어를 쓰게 될 줄이야. ‘무한상사’를 통해 정극 연기에 대한 놀라운 발전을 보여줬기 때문. 그는 하루를 꼬박 새워 찍은 긴장감 넘치는 추격신부터 스산한 독백, 교통사고를 당하는 연기까지 자신의 몫을 척척 해냈다. 지금까지 해왔던 콩트가 아닌 어려운 스릴러 장르에도 명품배우들 옆에서도 튀지 않는 연기로 ‘역시 유느님’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10주년 특집으로 기획된 액션블록버스터와 결합한 ‘무한상사’ 1부가 드디어 방송됐다. 액션을 위해 멤버들은 지난해 1월 ‘나는 액션배우다’ 특집을 통해 액션 연기를 배웠고, ‘무한상사’를 위해서는 지난 5월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이 등장해 연기 오디션을 진행했다. 그만큼 오랜 기간 정성을 쏟은 특집이다.
베일을 벗은 ‘무한상사’의 주인공은 유부장(유재석 분)이다. 그는 무한상사 안에서 벌어진 의문의 연쇄 살인에 의문을 품었다. 진실을 쫓다가 그 역시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를 당한 사람들에게는 모두 일본인 마키(쿠니무라 준 분)가 준 오르골이 있었다. 이후 진실을 향해 다가갈 열쇠는 정과장(정준하 분)과 하사원(하하 분)에게 넘겨졌다.
명품배우들의 향연이라고 불렸을 만큼 ‘무한상사’는 예능보다는 영화에 가까운 퀄리티를 자랑했다. 김과장 역의 김희원, 손부장 역의 손종학, 전대리 역의 전석호, 간호사 역의 전미선까지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경찰 역의 이제훈은 tvN 드라마 ‘시그널’ 속 선한 모습과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속 서늘한 모습을 오가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소름을 돋게 했다. 권전무 역의 권지용(지드래곤) 역시 부끄러워하던 모습과 달리 제몫을 해냈다.
이때 놀라운 것은 유재석의 연기력이었다. 그는 극의 화자이자 극을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는데, 그 부담감을 이겨내고 정극에도 잘 녹아들었다는 평이다. 앞서 지난 2월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도 정극에 도전한 적은 있지만, 이번 ‘무한상사’는 그때와 달리 긴장감을 유도해야하는 진지한 연기를 펼쳐야 했다.
밤새워 찍은 추격신은 흘린 땀방울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유난히 추격전에 강했던 유재석의 장점이 살아난 장면. 여기에 의문의 살인 사건의 의문을 품고 고뇌하는 모습이라거나, 어둠의 무리에 쫓기는 중 공포에 휩싸인 표정 등 어색하지 않은 연기력을 펼쳤다. 그의 호흡 하나하나에 집중하다보니 마지막 충격적인 교통사고 신은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콩트만 펼치던 ‘무한상사’에서 처음 도전한 정극이었던 만큼 멤버들의 연기력이 정극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됐던 것도 사실. 이중 유재석의 활약은 가히 김은희 작가가 주인공을 맡기고 많은 분량을 부여했을 만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무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