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정'(김지운 감독)으로 처음 송강호를 만나게 된 공유는 이름 만으로 엄청난 존재감과 무게감을 주는 이 선배를 "괴물"이라 표현했다. 함께 호흡을 맞추며 실감했던 송강호의 연기력, 그리고 그 이면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 표현이었다.
송강호는 공유의 이 같은 표현을 언급하자 먼 산을 바라보며 "괴물이라고? 내가 '괴물'을 찍어서 그런가..."라고 뜻밖의 '아재 개그'를 펼쳐 웃음을 줬다. 하지만 공유 뿐이던가. 김지운 감독 역시 송강호에 대해 "매번 한계를 넘는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자신을 향한 동료들의 찬사에 이 국민 배우는 그저 "수식어일 뿐이다. 어떻게 한계를 넘느냐"고 되물을 뿐이었다.
"실은 '한계를 뛰어넘었다', 이 자체가 없는 말이죠. 그냥 수식어로 붙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한계를 뛰어넘겠어요? 배우도 사람인데요. 중요한 건 '밀정'은 '밀정', '사도'는 '사도', 각각의 영화가 원하는 인물, 감정들이 있을텐데 그것을 진심을 담아 연기하는 게 가장 정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건 관객들에게 진심이 통할 때 '이렇구나'하고 표현하는, 또 다른 수식어일 뿐이에요."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는 영화 '조용한 가족'(1998),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이후 '밀정'을 통해 네 번째로 만났다. 우연히도 '반칙왕' 이후 8년에 한 번씩 영화를 찍은 게 됐다.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의 달라진 점을 묻는 말에 "기본적으로 달라진 건 없다"면서도 '밀정'에 임하는 그의 태도 만큼은 이전 작품들과 달랐다고 했다.
'밀정'은 올해 베니스영화제와 토론토영화제에 초청되며 개봉전부터 화제작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송강호는 "일부러 듣기 좋으라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이게 무슨 얘기인가' 하면서 보던 해외 관계자들이 보고나면 극찬을 한다더라"고 귀띔했다. 국내에서도 흥행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바. 그는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안다"며 첫 천만 관객 동원에 대한 소감을 밝혔던 공유의 비유를 패러디해 답했다. "3년 전에 먹어봤다"고.
"3년 전에 먹어봐서 오래된 것 같지 않은데...(웃음) 어떤 누구도 관객의 수치나 반응을 예상할 수 없고 단지 감독님이나 배우들이 공들여 이 영화를 완성하고 관객들에게 선보이는데, 그렇게 공들인 것에 대해, 한땀한땀 만들어 왔구나 그런 어떤 것(노력의 결과)들이 받아 들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할 뿐입니다."
인터뷰③에 계속....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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