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액션블록버스터 특집 '무한상사 2106'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시그널'을 집필했던 김은희 작가의 이야기는 역시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영화를 연상케 하는 완성도를 만들어냈다. 괴로운 점은, '무한상사'의 이야기를 1주일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뿐.
'위기의 회사원'은, 스릴러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1회를 확실하게 드러낸 부제였다. 유부장(유재석 분)이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쫓기는 장면과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지는 모습까지는, 그야말로 숨 쉴 겨를이 없을 만큼의 긴장감이 이어졌다. 앞서 죽음을 맞이한 3인과 유부장이 공통으로 품고 있던 '오르골'이 단서로 떠올랐다. 사건을 풀어가는 이는 정과장(정준하)과 하사원(하하)이었다. 이들 두 사람은 결국 의문의 죽음이 모두 한 일본인(쿠니무라 준)과 관련됐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찾아가는 것으로 1회가 끝났다.
김은희 작가가 집필한 '무한상사'는 영화 '라이터를 켜라' 장항준 감독의 연출로 확실히 더 '영화' 같은 모습으로 탄생했다. 쿠니무라 준 외, '무한상사' 줄초상 3인 자원팀 전석호 대리, 화학2팀 손종학 부장, 영업 2팀 김희원 과장 등이 열연을 펼쳤다. 또한 베일에 쌓인 악역으로 등장한 박해영 역할을 소화한 이제훈 역시 탁월했다. 특히 이들의 등장 모습은 영화 '곡성', 드라마 '미생', '시그널' 등 각각의 출연 작품을 연상케 하면서 독특한 콜라보 느낌을 자아내기도 했다.
딱 30분의 분량 공개 이후 잠시 임시 매듭을 지은 '무도-무한상사'는 정확히 일주일 후에 '무한도전'의 시간에 맞춰 2화 공개와 함께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영화 같은 흡인력으로 휘몰아친 '무한상사'는, 분량 문제로 인해 본의 아니게 일주일의 시간차를 만들게 됐다. '한 번에 보지 못해 아쉽다'는 의견이 많은 건 예상대로다. 릴레이 웹툰의 경우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회수처럼 관심이 떨어졌던 점을 감안한다면, 1주일이라는 시간을 미뤄둔 게 최선일까에 대한 의문은 생긴다.
다만, 영화같은 '무도-무한상사'를 한 숨에 몰아보고 싶은 욕심만 덜어낸다면 이를 꼭 '독'이라고 볼 수는 없다. '무도-무한상사'에 대한 사전 정보는 이미 지난 6월부터 수도 없이 공개됐던 터. 무려 3개월간 '무한상사'에 대한 각종 정보들이 홍수처럼 몰려와 본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올려놓은 상태였지만, 지난 3일 방송된 '무도-무한상사'은 호평이 쏟아졌다. 기대감이 크면, 실망도 크다는 통설은 '무한도전'에는 적용되지 않은 셈.
또한 '스릴러'라는 장르 특성상 범인이 누구일까에 대한 추리, 또 오르골이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 유부장의 생사는 어떻게 될지 등을 거듭해 고민할 시간을 제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앞서 김은희 작가의 전작 '시그널' 역시 방송된 내용에서 드러난 일부 복선들로 차회를 추리하는 게 나름의 시청 포인트가 되기도 했던 만큼, '무도-무한상사' 역시 이 일주일의 공백이 극에 몰입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소리.
'무한상사'는 '무한도전'이 수없이 시도해온 기분 좋은 변주 중, 어쩌면 가장 스케일이 큰 확장형 변주다. 흡사 퀄리티가 영화에 버금가는 이 스릴러를 TV예능 편성 시간대를 통해 시청한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 그러니 영화표도 안사고 집에서 보는 이 '무도-무한상사'를 위해, 일주일쯤은 기다려도 되지 않을까. / gato@osen.co.kr
[사진] '무도-무한상사' 캡처,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