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손헌수가 소원을 풀었다. 욕보다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라며 부모님 욕만 빼고 욕이라도 좋으니 댓글을 달라고 시청자들에게 부탁했던 바. ‘일밤-복면가왕’에 나온 그를 응원하는 댓글이 만선이다. 댓글 보며 밤새우고 싶다던 그. 지난밤은 잠 못 이루는 하루였을 듯싶다.
손헌수는 지난 4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에서 ‘스파르타 석봉어머니’라는 이름으로 1라운드에 출연했다. 아쉽게 ‘오늘 밤엔 어둠이 무서워요 석봉이’를 이기지 못하고 가면을 벗었지만, 38대 가왕행 열차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받는데 성공했다.
그의 목소리는 전문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조장혁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 석봉어머니에 대해 원석 같은 보이스라고 칭찬했다. 정체를 공개한 이후에도 김현철은 “진지한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실 땐 천생가수다”고 말해 손헌수를 감동케 했다.
이처럼 손헌수가 ‘복면가왕’ 무대에 오른 이유는 대중의 관심이 고파서였다. 벌써 17년차 개그맨이지만 그에 대해 기억하는 건 2000년대 인기였던 허무 개그까지였다. 그의 설명대로면 “전국을 휩쓴 인기”였지만, 이후 연기의 길로 빠지면서 브라운관에서 그의 모습을 보긴 어려웠다.
게다가 군대를 두 번이나 다녀온 사실도 있었다. 그러나 일반인 판정단 중에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손헌수도 이 같은 반응을 걱정해 SHS라고 이니셜 힌트를 줬던 김구라에게 되레 고마워했다. 판정단을 비롯해 시청자들까지 작두 탄 김구라의 촉을 감탄하며 그가 가면을 벗은 후에도 큰 재미를 느꼈기 때문. 손헌수는 “사람들이 저한테 관심이 없다. 군대 두 번 갔다 온 거 아시는 분 전역하고 여기저기 말했음에도 댓글 0개다. 욕이라도 해줬으면”이라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물론 지탄받아야 하는 일이지만 짠한 심경에 방송에 대한 열의까지 느껴져 방송 후 댓글은 ‘선플’로 가득했다. 무엇보다 손헌수는 “부모님만 건들지 말고 많은 댓글 부탁드린다. 댓글 보면서 밤새우는 게 꿈이다. ‘이 자식 나한테 욕을 하네?’”라며 정중하게 네티즌들에게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의 활발한 방송 활동을 응원하는 댓글로 가득 채워져 있으니 지난 밤은 손헌수에게 최근 가장 행복한 밤 중 하나가 됐을 터. 네티즌들의 응원만큼 앞으로 방송가에서 활약하는 손헌수의 모습이 기대를 모은다. / besodam@osen.co.kr
[사진]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