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는 역시 콘서트 장인이었다. 3일간 3만여 명, 하루에 34곡, 무려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체조경기장을 에메랄드빛 바다로 만들었다. 흠 잡을 데 없는 라이브, 눈을 뗄 수 없는 퍼포먼스로 컴백 전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지난 2~4일, 3일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샤이니의 다섯 번째 단독 콘서트 '샤이니 월드 V'가 열렸다. 이는 지난해 5월에 개최된 콘서트 이후 1년 4개월 만에 마련된 무대. 티켓은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돼 1회 추가 공연이 꾸려졌을 정도로 팬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9월 컴백, 안 기다릴 수가 없다
이번 공연이 팬들에게 더욱 특별했던 건 샤이니가 이달 컴백을 앞두고 신곡 무대를 맛보기로 공개하겠다고 했기 때문. 종현의 자작곡 '프리즘'을 시작으로 '필굿', '투명 우산', '쏘 어메이징' 등 신곡 무대들이 콘서트 틈틈히 포진돼 팬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앞서 샤이니는 9월 컴백을 예고했다. 콘서트에서 신곡을 공개한 만큼 앨범 발매 카운트다운이 들어간 셈. 멤버들은 콘서트를 마치기 전 "추석 이후에 새 앨범이 나온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샤이니의 다채로운 음악 선물이 한가위와 함께 찾아올 전망이다.
◆34곡 올라이브, 부상도 문제없다
샤이니는 3일간 매일 34곡을 소화했다. '히치하이킹', '매리 투더 뮤직', '와이 쏘 시리어스', '줄리엣'으로 시작된 오프닝을 비롯해 '누난 너무 예뻐'의 아카펠라 버전, 정규 4집 수록곡 '초콜릿', '블랙홀', '오드 아이', '홀드 유', '어라이브', '트리거' 등 그동안 공연장에서 보기 힘든 무대들이 이어졌다.
'이별의 길'과 '방백' 같은 감성곡에 '셜록'과 '링딩동' 같은 메가 히트곡까지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 '펀치 드렁크 러브', '드림걸', '컬러풀', '뷰', '피카소', '레디 오어 낫', '세이비어', '에브리바디', '러키 스타', '재연', '소년, 소녀를 만나다' 등 믿고 듣는 샤이니 표 음악이 3시간이 넘는 공연을 알차게 채웠다.
그런데 마지막 공연 날, 경미한 사고가 벌어졌다. 엔딩 섹션에서 춤을 추던 온유가 발목을 접지른 것. 결국 그는 잠시 무대 뒤로 퇴장했다가 엔딩곡인 '에브리바디' 때 다시 등장했다. 하지만 오른쪽 발을 절뚝거리며 춤을 춰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럼에도 퍼포먼스는 훌륭했다. 유난히 격한 안무가 많은 곡이지만 온유는 최선을 다해 춤을 췄다. 나머지 멤버들도 마치 이제 공연이 다시 시작한 것처럼 열정을 불태웠다. 샤이니의 에너지는 3일간 더욱 강해졌다. 부상 따윈 문제 삼을 일이 아니었다.
◆성숙한 공연, 이게 바로 샤이니월드
샤이니월드 팬들은 공연 문화 관람의 정석이었다. 시야제한석 포함 빈 자리 없이 1만 석을 가득 채웠고 공연 시작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온몸으로 공연을 즐겼다.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운 에머랄드 빛 야광봉 덕에 아름다운 파도가 넘실거렸다.
1층은 스탠딩이 아닌 좌석으로 마련된 까닭에 대규모 공연임에도 밀치기 같은 무질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열정적으로 야광봉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무대 위 스타를 향해 뜨겁게 열광하는 샤이니월드 팬들을 보며 멤버들은 오래도록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마지막 공연 날 멤버들은 "계속 재연될 이 순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 이벤트를 펼치는 팬들에게 한없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3일간 콘서트가 마무리됐다. 여러분의 이벤트 때문에 더 큰 감동을 받는다. 오늘처럼 좋은 기억이 계속 재연되길 좋은 일들만 반복됐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comet56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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