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재미 제단사들이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등장하는 부부 차인표와 라미란의 호흡이 보는 즐거움을 제대로 배가시키고 있다. 특유의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맛깔나게 살려내면서 베테랑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
다소 부족해 보일 정도로 순수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이들에게 웃음과 함께 훈훈함까지 안기며 흥미를 더한다. 평소 이미지로만 봐서는 생각도 못해볼 호흡. 이렇게까지 잘 어울릴 줄이야.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지난 4일 오후 방송에서 특히 반짝였다. KBS 2TV 새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극본 구현숙, 연출 황인혁) 4회에서는 이만술(신구 분)이 편지를 통해 양복점을 정리해달라고 가족들에게 당부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월계수 양복점을 부동산에 내놨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삼도(차인표 분)는 가출을 감행한다. 삼도는 편지를 통해 “월계수양복점은 청춘과 낭만이 서려있는 곳이다. 그런 곳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됐는데 두 손 놓고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편지를 남겼다. 이에 라미란은 곧장 삼도를 잡기 위해 나섰다. 자신의 전부와 같았던 양복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이를 지키기 위해 서울행을 택한 것. 가게를 지키겠다는 의지였다. 아내 복선녀(라미란 분)은 그를 찾기 위해 뒤를 쫓는다.
이 과정들이 아주 ‘꿀잼’이다.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이 부부의 호흡이 웃음을 빵빵 터뜨린다. 삼도는 아내 복선녀(라미란 분)에게 “나 없이도 잘 살 수 있얼 것 같다”며 이별을 암시하는가 하면, 그간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뉘우치며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며 그를 끌어안았다. 눈물까지 보이는 삼도. 이 감동적인 장면에서도 라미란은 "오늘 장어를 먹었느냐"며 애드립을 날려 장면을 맛깔나게 살려낸다.
결국 삼도는 라미란을 향한 진심과 양복점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꾹꾹 눌러담은 편지를 써두고 집을 떠난다. 이와 함께 담긴 선물이 귀엽다. 돈을 아끼느라 자신의 구멍난 속옷을 입는 아내를 위해 섹시한 붉은색 속옷을 선물한 것. 이를 받은 선녀의 반응이 히트였다. 감동은 커녕 '이 사람을 꼭 잡아오리라'는 의지를 곱씹는 모습은 재미를 더했다.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었다. 가출한 삼도를 찾아 양복점 가족들의 집에 들이닥친 선녀는 그를 되돌리기 위해 만취한 모습으로 소동을 벌였는데, 이 장면이 꽤나 강한 인상을 남겼다. 주정을 부리는 선녀와 이를 보며 어쩔 줄 모르는 삼도의 모습이 큰 웃음과 함께 묘한 긴장감까지 만들어낸 바다.
극이 주는 재미의 상당한 지분을 소유한 두 사람의 호흡은 연기력에서 비롯됐음이 자명하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미지를 가진 두 배우였지만, 이를 능글맞은 생활연기로 극복해내면서 자신들의 가치를 더욱 빛내고 있는 모양새. 이들이 또 어떤 이야기들을 펼쳐 나갈지 기대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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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