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잔한 공시생 커플 송재림과 김소은이 헤어지자는 말을 밥 먹듯이 하더니 이제는 가족들 몰래 동거를 시작했다. 임신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언제 들켜도 들킬 일임에도 사고부터 치고 마는 두 사람에 한숨이 터져나온다.
송재림과 김소은은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극본 문영남, 연출 부성철)에서 허갑돌과 신갑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우리 시대 결혼과 연애, 가족의 이야기를 갑돌과 갑순 가족을 통해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는데, 특히 갑돌과 갑순은 현실 연애의 지질한 단면까지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다 연인으로 발전, 무려 10년째 연애를 이어오고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긴 하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 갑돌은 놀기 바쁘고, 갑순은 이런 허갑돌 관리를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낸다. 이러니 공무원 시험에 붙을리가 있나. 이제 마음 좀 잡고 공부 해보겠다며 절까지 들어갔지만, 임신했음을 알고는 충격에 휩싸였다.
더 큰 문제는, 갑돌이 이런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는 것. 돈도, 직장도, 심지어 생각도 없는 갑돌에게 아빠가 되는 일은 너무나 크고 무거운 일이었다. 헤어지자는 말도 어찌나 쉽게 내뱉는지 이 때문에 갑돌은 방송 2주만에 '만나면 등짝 때려주고 싶은 남자'로 등극하기도.
갑순 역시 철 덜 들기는 마찬가지. 집에 있던 잡채를 고스란히 갑돌에게 가져가는 정성으로 공부를 했으면 벌써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겠지만, 갑순에겐 공부보다 갑돌이 더 중요하고 소중했다. 그래서 늘 헤어지자는 말을 달고 살아도 어쩔 수 없이 갑돌의 옆으로 돌아가고 만다.
두 사람은 임신 사실을 재순(유선 분)에게만 알린 채 옥탑방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이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고, 5회에서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파장이 일것으로 예고됐지만 코 앞만 바라보는 철 덜 든 두 사람은 동거 첫 날의 행복함을 만끽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두 사람은 자신들 앞에 펼쳐진 난관과 위기를 극복하면서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고. 그 일례로 재순에게 빌린 집 보증금을 어떻게든 지키려하는 갑돌의 책임감 있는 모습은 앞으로 두 사람의 변화를 기대케 만들었다. 이미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상 부부로 활약한 바 있는 송재림과 김소은이 연인 호흡 그 이상의 캐릭터 변주를 보여주며 재미를 극대화 시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parkjy@osen.co.kr
[사진] '우리 갑순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