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원수가 믿고 따르던 남자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절망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피비린내 나는 악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등질 위기에 처한 ‘옥중화’ 고수와 진세연이 결국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됐다.
지난 4일 방송된 MBC ‘옥중화’에서는 옥녀(진세연 분)이 품고 있던 출생의 비밀이 거의 그 실체를 드러냈다. 옥녀의 어머니가 선왕에게 승은을 입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즉 옥녀는 왕의 딸일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동시에 옥녀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이가 윤원형(정준호 분)이었음도 알게 됐다. 원수의 아들 윤태원(고수 분)이 곱게 보일 리 없었다. 오히려 내내 따르던 사람과 생각지도 못했던 악연으로 얽히게 된 것이 충격이었을 터다. 옥녀는 누구보다도 태원을 믿고 상의도 하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며 끝내 윤원형에 대한 원한을 드러냈다.
태원은 잠행을 나선 명종(서하준 분)과 옥녀를 만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분투했다. 명종이 궐 밖에서 만나는 사람을 죽일 것이라는 대비(김미숙 분)의 계획을 들은 탓이었다. 그러나 태원은 난관에 부딪혔다. 윤원형에 합세했다는 이유로, 옥녀가 그와의 대화를 거부한 것이다.
태원은 진심을 담은 눈빛과 말로 옥녀에게 애타는 속내를 전했다. 왜 윤원형과 손을 잡게 됐는지에 대해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 달라는 절실함이 느껴지기는 충분했다. 그는 기방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명종을 찾아가 대비의 섬뜩한 각본을 고하기까지 했다.
비록 아버지의 업보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외면당해야 했던 태원이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위기와 희생을 감수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움직이고 있다. 한때 지독한 야심을 드러내며 흑화하는 바람에 민심을 잃었던 태원이 다시 애절한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옥중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