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유난히도 폭염이었다. 솟구치는 더위처럼 또 한 번 이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우직한 호위무사에서 까칠하지만 어딘가 허당스러운 외과의사가 된 배우 윤균상에게 말이다.
윤균상은 지난달 23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극본 하명희, 연출 오충환)에서 신경외과의사 정윤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생애 첫 전문직이었고, 이전과 달리 까칠함으로 무장한 캐릭터로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여기에 약간의 허당스러움까지 고루 갖춘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흔하지 않은 착한 삼각관계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윤도는 자신이 좋아하는 유혜정(박신혜 분)이 홍지홍(김래원 분)을 좋아하는 걸 알고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했다. 사랑 앞에서 쿨함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여주, 이를 더욱 흔드는 서브남 등 피로한 설정이 없어 시청자들은 한여름 윤도라는 캐릭터를 더욱 뜨겁게 사랑했다.
이토록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배우의 공이 크다. 윤도는 까칠한 성격으로 설정돼 있었지만 혜정에 대한 마음을 깨달으면서 귀여움이 슬금슬금 드러났다. 이 반전매력이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던 것.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낸 그와 최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윤균상과 나눈 일문일답.
-작품이 끝나고 공허하진 않나.
▲아직 실감은 나지 않는다. 쉴 틈 없었던 촬영이 끝나고 요즘 며칠 동안은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막상 쉬라고 말씀해주시니까 잠도 길게 못 자겠더라.(웃음) 몸이 백수가 되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은 것 같다.
-호위무사(‘육룡이나르샤’ 배역)에서 의대교수가 됐다. 첫 전문직인데 부담은 없었나.
▲솔직히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약 10개월 촬영했던 ‘육룡이 나르샤’와 이별하기도 전이었는데, 걱정이 많이 됐다. 일단 전문직이라 말이 어려웠다. 사극에서 현대극으로 바로 넘어와서 힘들기도 했다. 좋은 사람들과 웃으면서 촬영하다보니까 힘든 건 금세 잊게 되더라.
-쿨하게 끝나버린 러브라인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었나.
▲윤도는 멋진 사랑을 하는 캐릭터다. 집착하지도 마음을 강요하지고 답을 바라지 않는다. 저는 그렇게 쿨하진 못할 것 같다. 물론 삼각관계, 사각관계로 깊어졌다면 더 재밌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많은 드라마 중에서도 ‘닥터스’의 삼각관계가 가장 착했다. 구질구질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라 제가 생각하기에도 멋있다고 생각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 윤도가 부러웠다.
-후반부 시청률 20% 돌파를 앞두고 고군분투했는데.
▲‘왜 안 넘지?’라고 기대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늘 작품을 시작할 때 시청률을 기대하고 시작하지는 않는다. 그럼 너무 큰 실망을 하니까. 우리 드라마는 갑자기 큰 사랑을 받았고 배우들과도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이런 식이었다. ‘이번 주 넘겠지? 재밌잖아!’라고. 장난처럼 못 넘었다고 징징대기도 하면서 웃으면서 넘어갔는데 사랑받는다는 것을 느끼니까 그런 일련의 과정도 재밌던 것 같다.
-올림픽 중계랑 맞붙어서 고대하던 20%를 넘어섰을 때 기분이 어땠나.
▲당시 저희도 생각이 많았다. ‘방송을 하는 게 득이 될까’하고 걱정이 됐다. 다행히 그때 20%를 넘었고, 계속 시청률을 지켜줬을 때 기분 좋았다. 20%가 넘는 드라마는 처음 한 건데 새로웠던 것 같다. 묘하더라. 쾌감이 느껴졌다.
-타율이 높은 편인데 스스로 심미안이 있다고 생각하나.
▲제가 좋은 작품을 고른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저 드라마에 공감해주시고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심미안이 있다고 말하기보다는 인복이 좋은 것 같다. 좋은 분들 만나서 작업하고 즐겁게 촬영한 만큼 사랑도 받고 감사하고 신기하다.
-데뷔작부터 SBS 드라마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SBS 공무원이라 불리고 있다.
▲‘SBS의 아들’, ‘SBS 공무원’ 이런 말을 듣는데 나쁘지 않는다. 시나리오가 좋아서 선택하다보니 전부 SBS 작품이었다. 공무원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에게 많이 보이고 있다는 뜻 같아서 감사하다. 그게 또 SBS에서 보인 거니까 기분 좋다. (기자: SBS에서 큰 상 줘야할 것 같은데) 하하하. 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다. 상을 주시는 건 늘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욕심을 부리면 못 받는 것 같다.
-작품을 위해서라면 김민석처럼 삭발도 가능할까.
▲가능하다. 삭발이 작품에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민석이가 이번에 삭발신을 찍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처음엔 ‘인기가요’ 진행도 하고 있고 고민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왜 이런 고민을 하나 싶더라고. 자기는 배우인데 말이다. 저도 그렇지 않을까. ‘배우니까 해야지’라는 마음이다. 저도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차기작과 휴식에 대한 계획이 있나.
▲당분간은 저 자신에게 휴식을 주려고 한다. 부모님이 지방에 계시니까 일단 집에 무작정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시간이 될지 모르겠지만 가족들끼리 여행도 가보고 싶다. 아, 최근에는 드라마 ‘W’를 보고 있다. 맨날 방송이 끝나고 나면 이종석에게 카톡한다. ‘내새끼 멋있네’, ‘강철 대표 잘사는 것 같은데 차 한 대만 뽑아줘’ 이런 내용이다. 김의성 형님과도 친해서 최근 커피도 한 잔했다. 매일 스포일러 해 달라고 조르는데 안 해준다.(일동웃음) / besodam@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