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꾸준히, 그것도 스무 편이나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강우석 감독님이 '고산자, 대동여지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포함해 영화 '이끼' '전설의 주먹'으로 강우석 감독과 호흡했던 배우 유준상이 인터뷰 당시 한 말이다. 그는 강우석 감독의 스무 번째 작품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며 이번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강우석 키드'라는 말이 있다. 그의 영화를 보고 영화인의 꿈을 꾸며 자란 세대들이다. 그만큼 한국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이 강우석 감독이다. '투캅스' '공공의 적'시리즈로 한국영화의 독보적 흥행을 이끌었으며 '실미도'(2003년)로 한국 영화 사상 최초 천만 돌파의 신화를 이끈 이가 바로 강우석 감독이다.
이후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영화화한 '이끼'와 최근 '전설의 주먹'까지 강우석 감독 특유의 통쾌한 사회풍자와 유머, 묵직하고 힘 있는 연출은 언제나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영화의 한 축을 담당한 강우석 감독이 스무 번째 영화의 소재로 선택한 건 소설가 박범신 작가의 '고산자'다. 강우석 감독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고산자'를 영화화할지에 고민했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가 이번 작품을 위해 다른 영화보다 더 많은 노력과 애정을 기울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강우석 감독은 "김정호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지만, 이 영화를 만들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호는 각박한 시대 상황 속에서도 백성들에게 힘이 되고자 했던 사람이다. 이러한 고산자 김정호의 위대함, 김정호의 철학은 현재에도 본보기가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 의미를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것도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김정호란 위인에 대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하고 극적인 스토리가 부족함에도 영화화한 이유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강우석 감독은 이번 영화를 위해, 고산자 김정호의 뜻을 좇아 대한민국 팔도의 절경을 담고자 무려 9개월여의 시간과 열정을 쏟으며 전국의 사계절을 담아냈다.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수개월의 시간을 헌팅에 소요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부터 북한강, 백두산까지 그가 다닌 거리는 총 106,240km. 그 결과 강우석 감독은 대한민국 영화사상 최초로 백두산 천지를 스크린에 옮겨내는 결과물을 빚었다.
김정호의 이야기를 담으며 김정호의 눈으로 대한민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스무 번째 영화를 완성한 강우석 감독. 그동안 그가 만든 영화 또한 그랬다.
사회의 그늘에 있는 사람을 이야기했고 우리 이웃들의 소소한 이야기에 귀기울였다. 아픈 한국사를 다시 들춰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기도 했다. 그의 스무 번째 영화의 주인공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백성을 위해 지도를 만들었던 남자, 고산자 김정호인 이유다. /sjy040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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