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치솟은 공무원 시험 경쟁률, 이로 인해 학원가로 변해버린 노량진의 풍경 등 현실을 담았다. 집에 들어와 홀로 홀짝이는 맥주 한 모금의 위안도 추가했다. 우울하지만은 않게, 유쾌하고 담백하게 담아낸 노량진 버전 '미생'. 바로 '혼술남녀'의 이야기다.
지난 5일 첫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극본 명수현, 연출 최규식)에서는 박하나(박하선 분)의 짠내 나는 인생, 이와 대조되는 일타강사(일등 스타강사의 준말) 진정석(하석진 분)의 럭셔리한 인생 그리고 개성 넘치는 공시생 3인방 공명(공명 분), 기범(키 분), 동영(김동영 분)의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이날 정석은 첫 만남부터 하나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주제 파악을 하라는 둥, 노량진 장그래이니 노그래라는 둥, 게다가 학력도 씹었다. 그의 말처럼 하나는 제대로 된 스펙 하나 없는 입시학원 출신 강사다. 가족의 빚을 갚기 위해 강사가 됐을 뿐이었다. 이런 하나의 처지는 ‘미생’ 속 장그래를 떠올리게 했다.
다만 ‘미생’이 상대적으로 더 무거운 분위기였다는 게 차이점. 또한 직장인의 애환을 담아내는데 집중했다면, ‘혼술남녀’에서는 위트가 한 숟갈 더 첨가된 모습이었다. 마치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맥주 한 모금을 마시는 ‘혼술’과도 같은 것이다. 실제로 극중 하나가 학원 일을 마치고 돌아와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24시간 편의점으로 뛰어갔거나 냉장고에 사놓은 맥주가 있는지 뒤적거렸을지 모른다.
하나와 달리 정석은 퇴근 후 우아한 혼술을 즐겼다. 퀄리티 있는 삶을 지향하는 만큼 이어폰을 꽂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말이다. 그가 말하는 혼술의 즐거움은 회식에 지친 직장인의 공감을 샀다. 또한 하나와 엮이면서 어떤 변화를 겪을지도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로 보인다.
여기에 공시생 3인방의 반응은 첫 방송 직후부터 뜨겁다. 확연하게 다른 배경과 성격을 갖고 있지만 함께 뭉쳤을 때 시너지를 발휘했다. 먼저 공명은 하고 싶은 것은 없고 엄마의 참견은 피하고 싶은 백수로 나온다. 친구 기범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럭셔리 공시생으로 등장해 공명을 노량진에 입성케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동영은 회사원 여자 친구가 있지만 계속된 불합격에 불안해하는 공시생이다. 모두 노량진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현실적인 인물들. 이들의 통통 튀는 활약도 기대해볼만하다. / besodam@osen.co.kr
[사진] '혼술남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