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적수가 없어졌다. 방송 2주 만에 시청률 두 배 상승이라는 경이적 풍경을 연출해 내더니, 어려울 것만 같았던 20% 고지가 코 앞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이 빠르고 군더더기 없는 전개, 보는 이들을 감탄케 하는 연출을 통해 월화극 1인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시청률 1위 쾌거의 일등 공신은 질투의 화신이 된 박보검일 터다.
5일 방송된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이영(박보검 분)이 우연한 계기로 홍라온(김유정 분)의 성별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앞서 라온은 이영이 주최한 왕의 사순잔치와 청국 사신단 접대 자리가 위기에 처하자 이를 돕기 위해 내시 행색을 벗어 던지고 수많은 사람 앞에서 독무를 췄다. 이영은 춤을 추던 여자와 라온이 지나치게 닮았음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러나 ‘네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이젠 상관 안 해’ 라던 드라마 대사처럼 이영은 라온에게 이끌렸다. 감기에 걸려 콜록대는 라온이 괜스레 신경쓰이고, 추억이 서린 풍등제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얼른 몸을 회복하게 한 뒤 추석에 휴가를 주려 했는데 말을 듣지 않고 명은공주(정혜성 분)와 뱃놀이를 하는 라온이 얄밉기도 했다.
이영은 배 위에서 중심을 잃은 라온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었다. 그를 보필하던 내관들은 아연실색해 라온에게 책임을 물었다. 그 와중에도 이영은 라온이 더 혼이 나지 않을까, 바닥이 차갑지는 않을까 걱정할 따름이었다.
마음이 쌓였으니, 어떤 유치한 질투를 한들 설득력이 있다. 몸 상태를 묻는 이영에게 라온은 “이제 멀쩡하다. 밤잠 설치며 간호해 준 우리 김형 덕분에”라며 김병연(곽동연 분)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고, 이영은 ‘우리 김형’이라는 단어에 파르르 떨었다. 그러면서도 준비해 온 약을 라온에 입에 쏙 넣어 주는 자상함은 잊지 않았다.
결국 이영의 마음은 라온의 소원을 제 소원과 동일시할 수 있을 만큼 자라있었다. 라온이 풍등제를 즐길 수 있도록 휴가를 주고, 홀로 심심하지 않도록 평복을 입고 그 자리에 나타나기까지 했다. 선약을 했다며 라온을 데려가려는 김윤성(진영 분)에게는 내 사람이니 데려가는 것을 불허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왕과 몇몇 세도가를 제외하고는 눈치를 본 적 없는 이영인 터라 감정 표현도 솔직했다. 비록 자존심 때문에 말이 반대로 나갈 지라도 눈빛만은 정직하게 라온을 향했다. 이영은 그렇게 방송 단 5회 만에 마음의 패를 거의 다 보여줬고, 광화문 팬사인회를 내걸었던 시청률 ‘이영’%도 목전에 다가왔다. 이제는 라온의 차례다. 라온이 풀어낼 이영을 향한 마음들이 질투의 화신 이영에게 가 닿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