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아닌 투박한 물건 취급도 괜찮다. ‘달의 연인’ 이준기가 아이유를 만나 차갑게 얼어붙었던 심장이 따뜻하게 요동치게 시작했다. 아이유를 구해주기 위해 “내 것이야”라는 듣는 사람에 따라 애정 고백으로 들리는 말을 하며 안방극장을 잔뜩 떨리게 했다.
이준기는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에서 얼굴에 흉터가 있다는 이유로 멸시를 받는 고려 황자 왕소 역을 맡았다. 개늑대라고 불릴 만큼 누구나 죽길 바라지만 생명줄을 끈질기게 이어온 비운의 황자인 왕소는 현대에서 건너와 좌충우돌 중인 해수(아이유 분)를 만나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냉대와 멸시에 큰 상처를 갖고 있었던 왕소는 편견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해수와 친밀해지기 시작했다. 지난 5일 방송된 4회에서 황보연화(강한나 분)에게 매질을 당하는 해수를 본 왕소는 그 어떤 황자들보다 먼저 연화를 제지했다. “내 것이야”라는 말로 해수를 구한 왕소. 해수는 당황하며 “내 것이야가 아니라 내 사람이야”라고 정정해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두 사람의 달라진 친밀도는 비록 물건 취급일지언정 확연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해수를 위해 그동안 황실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던 연화를 막아선 왕소. 내 사람이라는 말 대신 내 것이라는 말을 쓰며 해수를 물건으로 대했지만 따뜻한 진심은 느껴졌던 애정 표현이었다. 두 사람이 앞으로 사랑을 키워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사. 이 “내 것이야”는 해수가 위기에 빠진 결정적인 순간에 누구도 예상 못한 순간에 튀어나오며 안방극장을 설레게 했다.
이준기는 이 드라마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을 쓰면 쓸수록 황실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는 슬픈 운명의 왕소를 연기하고 있다. 멋있으면서도 짠한 왕소는 이준기가 소화하며 실제 존재할 것 같은 남자로 표현되고 있다. 섹시하고 카리스마 넘쳤다가도 어느 순간 모성애를 자극하는 이 마성의 남자는 이 드라마 흥미의 반할 이상을 책임지는 중이다. 과묵한 성격인 까닭에 얼마 내뱉지 않는 대사가, 물건 취급일지언정 멋있는 대사를 만들고 있다. 왕소의 딱한 처지를 첫 방송부터 완벽히 전달하고 감정 이입하게 만드는 이준기, 그의 몰입도 높은 연기가 ‘달의 연인’의 흥미를 점점 더 높이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달의 연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