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선 작가가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청춘시대'에게 뜨거운 안녕을 고했다.
6일 오후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는 지난 27일 종영된 드라마 '청춘시대'를 집필한 박연선 작가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드라마는 벨에포크라는 이름의 셰어하우스에 모여 사는 5명의 청춘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청춘들의 아픔과 고민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큰 공감과 호평을 얻었다.
이 자리에서 박 작가는 '청춘시대'를 집필한 소감과 함께 그간 궁금증으로 남아 있던 이야기의 의미 등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 '청춘시대'를 끝낸 소감은?
시청률은 그렇게 높지 않아지만 주변에서 좋은 반응을 보여줬다. 이 괴리감은 뭘까 생각을 했다. 인터뷰가 있다고 해서 신기해하고 있는 중이다. 주변에서 "'청춘시대' 잘 봤다. 다운 받아서 봤다"는 말을 해주셨다. 드라마를 하기는 했지만 이런 반응을 겪어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반응이 있다고 생각했고 굉장히 큰 위안이 됐다. 시청률 안 나온 것에 대한 보상도 되고 당장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 청춘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처음부터 청춘의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한 집에 사는 사람들의 소통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하다 보니 청춘들이 나왔고 청춘들이 소통을 못하는 이유를 생각하다 보니 각각의 문제를 설정하게 됐다. 공감했다는 말을 하는데 그 공감을 청춘만 한 것 같지는 않다. 자기만의 고민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소외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자기와 상관없는 얘기라도 공감을 한 것 같다.
-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한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제목은 '청춘시대'다. 그 이유는?
원래 제목은 벨 에포크였다. 프랑스 말로 '아름다운 시절'이다. 반어적인 의미로 썼다. 젊은 사람들이 주로 등장을 하는데 이 사람들을 외부에서 보면 아름다운 시절, 참 좋은 시절을 살아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시절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그런 것의 반어법이다. 그런데 어려운 제목이라는 평가였다. 돼지고기집 상호 같다는 말도 있었다. 여러 제목을 생각하다가 '청춘시대'가 됐는데 제가 고른 건 아니었다. '청춘시대'는 너무 낯간지러운 생각이 들었다. '연애시대'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면 어쩌나 했다.
- 16부로 기획됐다고 들었는데. 또 시즌2에 대한 계획은?
16부로 쓰고 있었는데 여러 가지 편성 문제로 인해 12부로 됐다. 8부를 쓸 때 12부가 됐다. 그러다 보니 다시 늘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12부가 완성됐고 짐작하듯이 송지원의 에피소드가 4회 정도 날아갔다고 생각하면 된다. 송지원 얘기를 다시 해보고 싶으냐는 얘기를 하는데, 만약 기회가 되고 다른 여러가지 기회가 된다면 송지원 얘기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 결말을 보면 해석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송지원이 비겁해보일 수도 있다. 저는 12부 정도로 끝이 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야기를 우겨넣을 수도 있었지만, 상대의 어떤 비밀을 알았다고 해서 그 비밀이 사건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송지원의 원래 성격을 모두 다 풀어내지 않았다고 해서 이야기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송지원의 거짓말은 비밀을 가진 사람이 위장을 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술수이기도 했다. 벨 에포크에 사는 사람들이 점성이 없는 사람들이라 이를 묶을 수 있는 오지랖 있는 캐릭터를 설정한 것이다.
- 송지원을 거짓말을 하는 캐릭터로 설정한 이유는?
송지원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무의식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던 거다. 그리고 이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비밀이 있는 이들이 자기 이야기로 받아들여서 끌고 간것이다. 시간이 있었다면 그 귀신이 송지원에게 끼치는 영향을 얘기했을 것 같다.
- 배우들이 캐릭터에 맞게 연기를 잘했는데 그 중에서도 한 명을 꼽자면.
굳이 꼽자면 한예리다. 저는 오만한 부분도 있다. 대본이 배우에게 빚졌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한예리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캐릭터와 일상의 캐릭터를 번갈아 연기해야 했다. 이 두 가지를 오가기가 어려운데 그걸 생각보다 기대 이상으로 이미지화해서 보여줬다. 이렇게 손을 자유롭게 쓰는 배우는 처음 봤다. 요양원에 갔을 때 이어폰을 끼고 있다가 돌돌돌 말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신이 있다. 대본에 지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손을 움직이면서 작은 디테일을 잘 찾더라. 캐릭터에 빙의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연기다.
- 이태곤 PD의 연출에 대한 생각은?
제가 이태곤 PD에게 감동 받고 감탄한 부분은 제 대본이 조금만 잘못해도 들뜨게 되고, 신파가 되다. 이 두 개가 공존하기 때문에 슬픔에서 일상 코미디로 넘어오는 것을 잡기가 어려운데 그것을 현실적으로 굉장히 잘 잡아줬다. 섬세하게 연출하셨다고 생각한다.
-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공존했는데?
이야기는 미스터리라고 생각한다. 비밀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 이렇게 장르적 미스터리 없이 인물 심리로 18시간, 20시간을 얘기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넣었다.
- 회마다 소제목이 등장하는데?
한 회의 이야기가 무언지 시청자도 모를 때가 있다. 저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한 시간동안 이야기를 할거라 하는 이정표가 있다. 그게 소제목이다. 그 제목을 정해서 거기에 맞는 감정을 놓으려고 한다. 소제목을 그래서 붙인다.
- 강이나의 과거 이야기가 세월호를 떠올리게 하는데?
세월호로 창작을 하는 건 아직 무섭고 부담스럽다고 생각한다. 삼풍 백화점 무너졌을 때 하고 싶었는데 애도 기간에는 이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것이 무섭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세월호가 아직 그렇다고 생각한다. 써 놓고 보니까 남들이 세월호와 닮았다고 생각하더라.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죽이는 얘기를 하고 싶었고 세월호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parkjy@osen.co.kr
[사진]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