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박기웅의 욕망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겉으로는 아버지 박영규의 건강을 걱정하고 진심으로 위하는 모습이지만, 속으로는 어릴 적 버림받았던 상처가 곪아 복수심만 남아있는 상태. 이 모습을 가장 들키고 싶지 않았던 약혼녀 성유리에게까지 들키면서 짠내가 예고돼 있다.
박기웅은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주성우)에서 도도그룹의 숨겨진 아들 도건우 역을 맡았다. 그는 도충(박영규 분) 회장과 비서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로 어릴 적에는 미국에 쫓기듯 도망가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이후 양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어머니가 죽으면서 인생은 달라지게 됐다. 악밖에 남지 않았던 것.
건우는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오로지 도도그룹 일가를 무너뜨리겠다는 신념뿐이었다. 이에 박기웅은 미국에서 불안해하고 다소 유약한 모습으로 건우를 표현했던 것과는 달리 냉철한 모습을 부각하며 감정 절제를 보여줬다. 이는 50부작이라는 긴 호흡의 드라마를 끝까지 집중력 있게 끌고 나가기 위한 배우의 영민한 전략이었다.
강기탄(강지환 분)과 오수연(성유리 분) 등 도도그룹 신입사원 시절 동기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다소 유쾌한 에피소드나 말랑말랑한 로맨스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의 상처를 모두 알고 있는 변일재(정보석 분) 때문에 서서히 내면에 있던 복수심이 끓어올랐다.
이에 박기웅은 점차 커져가는 분노의 단계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도왔다. 도도그룹을 완전히 차지하기까지 발톱을 숨기고 아버지가 보고 싶었던 어린 아이 코스프레를 했다면 이제는 냉정한 괴물이 돼 있었다. 자신의 친부의 죽음을 바라면서까지 도도그룹을 차지하고 싶었던 건우의 욕망은 지금까지 박기웅이 천천히 호흡을 가지고 가면서 시청자들과 함께 발화시켰기 때문에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종영까지 단 5회밖에 남지 않은 상황. 복수극의 결말이 대부분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만큼 건우는 사랑하는 약혼녀 수연의 연민도, 도도그룹의 재산도 모두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토록 예고된 건우의 짠내에 통쾌함과 함께 안쓰러움도 밀려오는 건, 박기웅의 설득력 있는 연기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몬스터'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