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가을,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3’ 첫 방송. 한 참가자가 ‘데스페라도(Desperado)’를 부르는 영상이 티저처럼 공개됐고, 시청자들은 이 ‘괴물급’ 소년에 관심을 보이기 했다. 그리고 이 소년은 이렇다 할 라이벌을 만나지 못한 채 최종 우승까지 거머쥐게 된다. 가수 한동근은 그렇게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그런데 이후 좀처럼 얼굴을 볼 수가 없었고, 관심은 떨어져만 갔다. 약 1년 반이 지난 2014년 9월 데뷔곡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를 발매하고 가요계에 정식으로 발을 디뎠지만, 이미 뜨거웠던 관심이 식은 탓이었을까, 차트에서 그의 곡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짜는 통하는 법이다. 한동근이 본격적으로 TV 출연을 시작했고, 그의 음악이 천천히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2년 전 발매한 노래가 슬금슬금 ‘역주행’해 차트 100위권 안에 고개를 내밀더니, 어느새 50위 권 내로 진입했고 결국에는 1위까지 오른 바.
제목처럼 이야기의 끝을 다시 쓰고 있는 모양새다. 워낙 곡이 좋고, 한동근의 보컬이 압도적이기는 하지만, 별 다른 이슈 없이 2년 전에 발매한 곡이 이렇게 차트 인 되는 경우는 가요 역사상 없는 일이다. 소설이 아닌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셈이다.
거의 미스터리 수준. 한동근이 최근 MBC ‘복면가왕’과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활약을 펼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곡을 부르기는커녕 언급한 적조차 없어 그의 예능 출연을 결정적인 계기라고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이 같은 방송활동이 곡이 주목을 받는데 단초를 제공한 것은 맞다. 그의 방송 출연을 기점으로 ‘역주행’이 시작됐기 때문. 하지만 반짝 이슈로 관심 받고 사라지는 다른 경우들과는 달리 이 곡은 천천히 더욱 주목 받으면서 차트를 꾸준히 오르고 있어 주목해볼 만하다.
확실히 콘텐츠의 승리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이다. 한 가요관계자는 “‘복면가왕’에 출연했던 가수들의 곡이 관심을 받는 경우들이 종종있다. 하지만 반짝 관심일 뿐이다. 이렇게 오래 관심이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워낙 콘텐츠가 좋다보니 한번 시작된 관심이 쭉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런 케이스가 많아졌으면 한다. 좋은 콘텐츠임에도 관심 받지 못하고 사라졌던 것들이 다시 관심을 받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도 이런 경우들이 많아져야 제작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게 될 것이고, 소비자들에게도 양질의 콘텐츠들이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MBC ‘복면가왕’과 ‘듀엣가요제’ 등에 출연하며 대중이 잊고 있었던 자신의 실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줬고, 이에 이 기적 같은 일을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한동근의 위대한 탄생이다. 앞으로 그가 펼칠 활동에 더욱 기대를 걸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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