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나도 아프다"의 이서진. "내 앞에서 멀어지지 마라, 어명이다"의 김수현. 이들의 뒤를 이어 박보검이 조선 시대 '어록남'으로 등극했다. 매회 주옥 같은 대사로 안방 여심을 훔치고 있는 그다.
지난달 22일부터 전파를 타고 있는 KBS 2TV 월화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은 왕세자 이영 역을 맡고 있다. 영특한 두뇌, 문무 실력을 겸비한 만능꾼이지만 까탈스러운 성격으로 내관들을 곤란하게 하는 '똥궁전'의 주인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세자이지만 자신의 사람에게는 의리파다. 특히 김유정이 연기하는 홍라온(홍삼놈)에게는 목숨까지 걸 정도로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다. 그가 아직 여자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랑과 우정 사이 미묘한 감정은 박보검의 대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박보검의 엔딩 대사는 안방 시청자들을 오래도록 잠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6일 방송된 6회에서 이영은 청나라에 끌려가게 될 뻔한 홍라온을 구한 뒤 두려웠다며 눈물 짓는 그를 보며 "나도 두려웠다. 늦을까 봐"라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리고는 "저를 보면 화가 나 견딜 수가 없으시다면서요"라고 묻는 홍라온에게 "지금도 그렇다. 너를 보면 화가 나. 헌데 안 되겠다. 보이지 않으니 더 화가 나 미칠 것 같았거든. 그러니 내 곁에 있어라"라며 속내를 고백했다.
전날에도 한 건 했다. 휴가를 얻은 홍라온이 어머니를 떠올리며 슬픔에 빠지자 이영은 풍등에 '홍내관의 어머니를 찾게 해주세요'라는 소원을 적었다. 날아가는 풍등을 보며 홍라온은 놀랐고 이영은 "네 소원을 이뤄 달라는 게 내 소원이다"고 덤덤하게 굴었다.
이 때 김윤성(진영 분)이 다가와 홍라온과 선약이 있다고 알렸다. 홍라온은 머뭇거리다가 김윤성의 곁에 섰고 돌아서려고 했다. 순간 이영은 홍라온의 팔을 붙잡으며 "불허한다. 내 사람이다"고 외쳤다. 단 아홉 글자면 충분한 폭풍 엔딩이었다.
'보검 매직'이 '구르미 그린 달빛'에도 제대로 통했다. '다모' 속 이서진과 '해를 품은 달' 김수현을 넘어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이 조선 시대 '심쿵 어록남'의 타이틀을 얻고 있다. /comet568@osen.co.kr
[사진]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 캡처,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