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칼을 갈았다. 완벽하게 박보검 '입덕'을 위한 작품이다. 그만큼 배우 박보검이 가진 다양한 매력이 제대로 그려지고 있다. 시청자들이 좋아할만한 포인트를 딱딱 짚어주는 전개와 연기, 그리고 화제가 되고 있는 마성의 엔딩까지. 딱 박보검에 의한 박보검을 위한 박보검의 작품이다.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 연출 김성윤 백상훈)이 일찌감치 박보검앓이를 양산하고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최고의 스타로 뜬 박보검을 주연으로 내세우며 기대를 받았던 작품인데, 박보검의 고군분투로 그 높았던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시키고 있는 것. 회를 거듭할수록, 특히 마지막 엔딩 5분에서 이른바 '보검매직'이 활짝 피어났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다소 오글거리는 표현과 새롭지 않은 전개를 가지고 있지만 배우들의 열연만큼은 박수 받을만하다. 독보적인 10대 여배우 김유정은 얄미울 정도로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해내고,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B1A4 멤버 진영도 안정적인 연기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탄생했다. 그리고 기대주 박보검은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번 작품으로 '응답하라 1988'에 이어 더 많은 팬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모습. 아기 같던 박보검의 반전이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극중 박보검이 연기 중인 이영은 때로는 까칠하고 신하들을 고민에 빠지게 만들 정도로 막무가내기도 하다. 왕(김승수 분)이 보기엔 한 성격하는 아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예의도 갖출 줄 알고 똑 부러지는 카리스마부터 장난기, 또 '내 사람'을 지극히 챙기는 마음까지 가진 '츤데레' 완(完)세자. 더 매력적인 것은 박보검이 이영 캐릭터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제대로 소화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박보검은 '응답하라 1988'에서 모범생 같이 반듯한 이미지와 함께 늘 챙겨줘야 할 것 같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캐릭터였다. 이후 '꽃보다 청춘'이나 게스트로 출연했던 '1박2일'에서도 막내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특유의 예의바른 성격과 모범생 이미지에 챙겨줘야 하는 '아기 보검'의 모습이 있었다.
그렇지만 '구르미'에서는 어떤가. "불허하다", "내 사람이다", "내 곁에 있어라" 같은 명대사와 함께 아기 보검의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홍 내관(김유정 분)을 바라보면서 혼란스러워하고,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지만 달아날까 또 겁이 나는 연정을 품은 남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동그란 눈을 촉촉하게 적시고 또박또박 "곁에 있으라"라고 말하는 박보검은 '응답하라 1988'에서 보던 최택이나, '꽃청춘'의 막내가 아니었다. 애잔한 멜로까지 할 줄 아는 배우가 됐다. 그리고 '구르미'를 통해 이런 박보검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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