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상 이렇게 고통받는 남자 주인공이 또 있을까. 아무리 웹툰 주인공이라지만 이미 여러번 죽었고, 죽을 뻔한 적은 그보다 더 많다. 피칠갑을 안 하는 날이 없다. ‘W’ 이종석이 극 중 자신에게 쏟아지는 고통에 연기력으로 맥락을 더하고 있다.
지난 7일 방송된 MBC ‘W’에서는 오성무(김의성 분)의 얼굴을 한 진범에게 총을 맞았던 오연주(한효주 분)가 뇌사 상태에 빠져 끝내 목숨을 잃었다. 오연주가 죽기 직전, 강철(이종석 분)은 그를 웹툰 속으로 데리고 갔다. 이미 절반은 만화 속 인물이 된 연인을 구할 수 있는 방도를 찾을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강철은 얼굴을 되찾은 오성무를 찾아가 오연주를 살리기 위해 다시 웹툰을 그려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오성무의 태블릿은 망가진 상태고, 복제품이 한철호(박원상 분)의 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한철호는 우연히 태블릿에 숨겨진 비밀을 깨우쳤고, 이를 찾으러 온 강철을 붙잡아 고문을 했다.
이번엔 수위가 한층 더 높은 피칠갑이었다. 그간 숱한 액션신에 칼과 총을 온몸에 맞아가며 고통받았던 강철을 연기해 온 이종석으로서도 만만치 않았을 장면이었다. 리얼리티를 위해 머리끄덩이를 붙잡히고 손을 결박당했으며, 몽둥이 찜질을 당했다. 이종석이 그 고통을 전부 느끼지는 않았겠지만, 강철이 느낀 고통은 그의 연기 덕에 시청자들에게 100% 전달됐다.
극단적인 상황 탓에 발생하는 엄청난 감정의 변화들도 담담히 연기해냈다. 오연주의 죽음을 앞두고 쉽사리 냉정을 찾기 힘들었음에도 침착하게 대처하는 강철, 오성무에게 다시 펜을 들어달라고 요청하는 강철, 죄책감에 자살하려는 그를 설득하는 강철까지, 이종석이 일관되게 유지한 톤 덕에 보는 이들도 혼란을 덜 수 있었다.
누구랑 붙어도 사는 케미는 덤이다. 극 중 이종석은 오연주 역의 한효주 뿐만 아니라 오성무에 박수봉(이시언 분), 비서 서도윤(이태환 분)과 윤소희(정유진 분), 심지어는 미친개 박민수(허정도 분) 사이에서도 케미를 만들어냈다. 이번에는 한철호와도 곧 끊어질 듯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그러다가 “수봉씨, 물건 갑니다”라는 한 마디라니. 과연 맥락 없는 고통에도 맥락 있는 연기를 보여 준 배우라 할 수 있을 듯하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W’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