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시리즈에 ‘실미도’까지 매력적인 남자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사회 이면을 비춘 대표적 이야기꾼이죠.
강우석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마스터피스만 해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지만, 그 뚝심은 다소 올드하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최근 작품들의 흥행 성적은 다소 아쉬웠죠. 그런 그가 차승원에 유준상, 김인권까지 걸출한 연기파 배우들과 합세해 ‘지도쟁이’ 김정호의 삶에 손을 댔습니다. ‘은교’의 박범신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 ‘고산자 : 대동여지도’(이하 고산자)에는 벼르고 벼르던 인간적 웃음까지 가미하려 했다는데요.
최근 열린 ‘고산자’의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원작 소설을 처음 읽고 김정호 선생의 이야기를 감히 할 수 있나 싶어 잠시 덮었습니다”며 “그러나 너무 아른거려서 어떻게든 한 번 해 보자는 마음으로 하게 됐습니다”라고 제작 배경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시작하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줬죠. 이제 관객의 심판만을 기다리고 있는 강우석 감독은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것을 알면 시험 못 봤다고 혼내지 않잖아요”라며 엄살을 떨기도 했습니다.
강우석 감독은 ‘고산자’를 통해 위인으로 널리 알려진 김정호의 삶 이면 뿐만 아니라 조선 팔도의 아름다운 풍광까지 담아냈습니다. 그는 “다 발품을 팔아가며 찍은 장면들”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지도만큼이나 영상에 대한 비난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촬영 마지막 날까지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극 중에는 CG로 의심될 만큼 아름다운 백두산 천지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풍경들이 등장하는데요. 이에 대해 강우석 감독은 “북한의 여러 군데를 담았으면 더 좋을 뻔 했는데, 방북 신청을 할 때마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쏘더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금강산을 끝내 촬영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네요.
언급했듯 강우석 감독은 ‘고산자’를 통해 오랜만에 영화에 인간적 웃음을 담고 싶었다고 했는데요. “‘실미도’를 찍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지금도 그 영화는 재미가 없어서 끝까지 못 봅니다. 저런 군상들을 데리고 코미디를 왜 하나도 못 뽑았는지 아쉬운 마음이 커서, 이번 작품에서는 유머에 대한 강박이 있었죠”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산자 김정호가 민중을 위해 지도를 만들었다는 설정으로부터 출발한 탓에 정치색이 강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염려했다는 강우석 감독은 마지막까지 ‘고산자’에 담은 인간미를 강조했습니다. 강우석의 첫 사극이자 20번째 영화인 ‘고산자’는 오는 7일 관객 앞에 첫 선을 보입니다. 강우석 감독의 깊은 의도가 다 전달될 수 있을지 주목되네요./osenstar@osen.co.kr
[사진] '고산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