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놀라운 변신이다. ‘질투의 화신’ 캐스팅 가운데 가장 의아하다는 반응을 얻었던 고경표의 활약이 여심을 제대로 사로잡고 있다.
고경표는 SBS ‘질투의 화신’ 속 고정원으로 분해 열연 중이다. 극 중 이화신(조정석 분)과는 둘도 없는 친구고, 우연히 만난 표나리(공효진 분)와는 ‘신경 쓰이는’ 사이다.
‘질투의 화신’ 방영 전 1990년생인 고경표가 36살의 고정원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섞인 반응들이 나왔다. 조정석, 공효진과의 실제 나이차는 무려 10살이다. 직전 출연작인 tvN ‘응답하라 1988’에서는 고등학생 연기를 했던 그다. 또 ‘로코 장인’이라 불리며 매회 연기 배틀을 펼치는 조정석과 공효진의 연기 내공에 혹여 고경표가 묻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배역이 전형적이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 보니 기본만 해도 중간은 갔겠지만, 고경표라는 배우가 이만큼의 반전을 이뤄낼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터다. 처음에는 코믹한 캐릭터, 그 다음에는 지독한 악역이었다. 겨우 바른생활 소년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나 싶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것은 그 이전 작품들이었다.
또래 남자 배우들 중에서도 키가 큰 편에 속하다 보니 표정 연기보다는 전체적 그림이 더 돋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질투의 화신’에서는 고경표의 눈빛과 얼굴 근육 활용도가 훨씬 눈에 띈다.
지난 7일 서로 방송에 나가겠다며 표나리와 나주희(김예원 분)가 블루스크린 앞에서 버티는 와중에 떨어진 CG 리모컨을 발로 받은 고정원. 그가 리모컨을 두고 표나리와 눈짓을 주고 받는 대목에서는 단 한 마디의 대사도 없었지만 두 사람이 어떻게, 어떤 소통을 했는지 전부 알 수 있었다. 고경표가 던지면 공효진이 받아주는 연기합이 상당했다. 여기에 군살까지 덜어내니 훤칠한 키와 듬직한 덩치가 더 돋보인다. 키가 큰 공효진과도 케미가 살 수밖에 없다.
최근 대부분의 드라마에서는 메인 커플에 집중하는 서사로 설렘 지수는 높였지만 긴장감 면을 포기했던 경향이 목격됐다. ‘질투의 화신’은 제목부터 스포일러지만, 혹시나 반전이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삼각관계의 끈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어차피 남편은 이화신’이겠지만, 알면서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건 고정원을 찰떡 같이 연기하는 고경표의 덕일 것이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질투의 화신’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