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건 없었다. 김우빈과 수지 주연의 올 여름 최고 기대작 '함부로 애틋하게' 이야기다. 8일 방송을 끝으로 안녕을 고했지만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한 마디로 "잘 가라. 시원하다" 쿨하게 종영을 맞이한 시청자가 상당수다. '함틋'은 왜 배가 산으로 가고 산적이 바다로 떠난걸까.
마지막회에서 최현준(유오성 분)은 노을(수지 분)에게 받은 증거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한 뒤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모든 잘못을 인정했다. 그리고 윤정은(임주은 분) 역시 해외로 떠나기 직전 경찰에게 붙잡혀 수감 됐다.
노을 앞에서 "나 죽기 싫다. 무섭다"고 절규했던 신준영(김우빈 분)은 노을과 오랜만에 행복하고 달달한 시간을 보냈다. 노을은 개털 알러지를 극복하고 뽀로로를 자신이 키우겠다고 했고, 두 사람은 애틋한 키스를 나눴다.
악인들은 죄값을 치뤘고, 김우빈과 수지는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또한 김우빈과 진경은 모자의 정을 나눴다. 그들의 마지막은 참 아름다웠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그뿐이다. 시종일관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웰메이드'나 '함부로 애틋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7월 6일 첫 방송된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는 사전 제작 드라마로,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쿠'에서도 동시 방영하는 파격 행보로 출발했다. 여기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죽일 놈의 사랑' 등의 전작들을 통해 치명적인 멜로로 정평이 난 이경희 작가와 김우빈과 수지라는 특급 배우들이 합류한 덕에 대중의 기대치 역시 한껏 높아졌다.
하지만 기대가 지나쳤던 탓일까. 뚜껑을 연 '함부로 애틋하게'는 유독 무더웠던 올해 여름과 맞지 않는 계절감과 시청자들이 공감하기 힘든 올드한 시대적 감성, 그리고 사전제작으로 인한 제작진의 피드백 부족은 까다로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역부족이었다.
결국 1회 시청률 12.5%로 출발한 '함부로 애틋하게'는 2주 늦게 출발한 최대 경쟁작 MBC '더블유(W)'에게 1위 자리를 내준 것으로도 모자라, 가장 늦게 출발한 SBS '질투의 화신'에게도 밀려 지상파 3사 수목드라마 꼴찌로 내려앉는 굴욕을 맛봤다.
난감한 것은 방송사 뿐만이 아니다. 100억 제작비, 중국 동시 방영 등의 수식어를 달았던 '함부로 애틋하게'에 남다른 기대를 걸었을 배우들 역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터. 특히 열연에도 불구하고 섬세하게 그려지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두 주인공 신준영(김우빈 분)과 노을(수지 분)의 멜로는 애틋하다고 말하기에 한 뼘 모자랐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함부로 애틋하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