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복잡한 만큼, 가끔은 희노애락오욕정과 같은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과 마주할 때가 있다. 기쁜데 씁쓸하기도 하고, 미운데 미워할 수 없으며, 웃기면서도 슬픈 순간이 존재한다. 이처럼 복합적인 감정의 면면을 완벽히 영상으로 구현해 낸 드라마가 있었으니, 바로‘질투의 화신’이다.
지난 8일 방송된 SBS ‘질투의 화신’에서는 고정원(고경표 분)과 표나리(공효진 분)의 관계가 급 진전되는 가운데, 이화신(조정석 분)은 이를 보며 묘한 질투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애초 나리를 향한 화신의 감정 자체가 한 마디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혹자는 남녀 관계에 ‘좋다’와 ‘싫다’ 만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화신은 정확히 그 중간의 회색지대에 난무하는 여러 감정들을 바탕으로 나리를 바라봤다. 나를 좋아해 준다니 신경이 쓰이기는 하는데, 고백도 않고 주위를 맴도는 나리에게 먼저 다가가기는 마초의 자존심이 허락치 않고,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을 사람인지 의아하기도 한 것이 그의 마음 상태였다.
그렇게 3년이 흐르는 동안 나리는 어려운 마음 정리를 해 가고 있었고, 방콕에서 방송국 본사로 돌아온 화신은 매일 보는 나리가 더 눈에 밟혔다. 공교롭게도 유방외과 병동에서까지 마주치니 우연이 인연처럼 느껴질 법도 하다. 여전히 솔직하지 못한 화신은 마음에 없는 소리들을 지껄인 후에 지나가는 말처럼 속내를 털어 놓곤 했다. 이 같이 간단하게 정의할 수 없는 감정들이, ‘질투의 화신’에 흐르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자극하면서도 눈가에 눈물을 매달게 한 장면은 단연 화신이 어머니(박정수 분)에게 보정 브라를 들키는 대목이었다. 화신은 모종의 사건 이후 연락을 끊은 채 살던 형 이중신(윤다훈 분)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알게 되고, 눈물을 쏟으며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화신의 눈물에는 공개적으로 형의 허물을 들추는 바람에 그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 데서 오는 죄책감, 그간 형의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미안함, 그런 형이 더 이상 세상에 없다는 사실에 느껴지는 슬픔 등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울면서 상복으로 갈아입는 화신을 본 어머니가 갑자기 욕을 하면서 그를 때리기 시작했다. “이 XX가 왜 여자 브라자를 하고 있어?”라면서. 화신의 눈물은 멈추지 않고, 어머니는 끝내 아들을 패대기친다. 맘 놓고 폭소를 터뜨리기는 미안한데 어쩔 수 없이 웃게 되는, 실로 ‘웃픈’ 광경이었다.
이날 방송 말미에도 ‘웃픈’ 상황은 계속됐다. 형 생각에 눈물이 마르질 않는 화신은 신에게 원망 섞인 기도를 했다. “차라리 저를 데려 가시고 덤으로 제가 표나리도 데리고 가겠습니다. 형을 돌려 주세요”라고. 대체 나리와 함께 저승길에 올라 무얼 어쩌겠다는 것일지, 화신의 복잡다단한 감정이 궁금해진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질투의 화신’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