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이 아니면 누가 신준영을 연기할 수 있었을까. 다소 밍밍한 이야기로 아쉬움을 자아냈던 '함부로 애틋하게'에 양념을 치며 간을 맞췄던 그의 연기가 마지막까지 '하드캐리'하며 극을 이끌었다.
김우빈은 지난 8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슈퍼갑 톱스타 신준영 역을 맡아 연기했다. 앞서 '함부로 애틋하게'는 화려한 캐스팅과 사전제작, 그리고 이경희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는 점에서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주목 받던 작품.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일까. 막상 베일을 벗은 '함부로 애틋하게'는 두 남녀 주인공의 멜로에 대한 부족한 서사와 시대에 뒤떨어진 신파조의 전개, 계절감의 부조화 등으로 까다로운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했다.
또한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나타난 경쟁작들의 활약 역시 '함부로 애틋하게'의 부진을 앞당겼다. MBC '더블유'와 SBS '질투의 화신'이 한 발 늦게 출발해 어느 순간부터 '함부로 애틋하게'를 앞지르고 나란히 1~2위를 다투게 된 것.
분명 시작은 창대, 끝은 미약하게 된 '함부로 애틋하게'지만 남긴 것도 있다. 바로 배우 김우빈의 재발견. 김우빈은 전작 '상속자들'이나 '학교2013' 등을 통해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바 있지만, 비슷한 반항아 캐릭터들로 인해 '자기 복제'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이번 작품은 달랐다.
극중 신준영은 뇌간교증으로 3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은 인물로,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쓰러지거나 기억을 잃으며 시들어가는데 김우빈은 이 역시도 잘 소화해냈다. 특히 증세의 악화로 고통에 몸부림치거나 엄마 영옥(진경 분)을 기억해내지 못한 후 눈물 흘리며 사과하는 연기는 지지부진한 멜로에 지친 시청자들마저 눈물 짓게 만들었다.
이처럼 싱거웠던 '함부로 애틋하게'에 울고 웃게 만드는 연기로 양념을 친 김우빈이 여러모로 외면받고 있던 작품을 마지막까지 멱살쥐고 끌고 온 셈이다. 그럼에도 부진한 성적은 다소 아쉽지만 배우에게는 다음 기회가 남아있다. 모쪼록 다음 작품에서는 열연에 걸맞는 성적과 평가로 보답받을 수 있길 바랄 뿐이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함부로 애틋하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