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어 보이려고 눈에 힘을 잔뜩 주고 미간을 구겨 보지만, 어딘가 허술하고 어눌한 부분이 보인다. 조정석은 진지한 연기도 잘 하지만, 이처럼 완벽남의 탈을 쓰고 빈틈을 연기하는 데 특화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SBS ‘질투의 화신’에서 마초 기자 이화신으로 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응당 비슷한 느낌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잇따랐다. 드라마가 시작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다소 우려도 섞여 있던 이 같은 반응들은 ‘질투의 화신’이 회를 거듭할수록 조정석의 연기에 대한 극찬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 말고 대체 누가 이화신이 될 수 있을까.
이화신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로맨틱 코미디 장르 등장인물 치고도 몹시 ‘하찮은’ 류의 남자 주인공이다. 강직하고 능력 있는 베테랑 기자라는 옷을 입었지만, 말할 때마다 “남자가…” “여자가…”를 달고 사는 시대착오적 발상에 항상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구시렁거리기 일쑤인 이화신은 까딱 잘못했다가는 비호감을 면치 못할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화신은 조정석과 만나 완벽한 호감 캐릭터가 됐다. 늘상 성별을 운운하는 부분에서는 문득문득 표나리(공효진 분)를 향한 배려가 묻어나고, 무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대목을 유심히 들어보면 복잡한 심경 변화가 그대로 읽혀 귀엽게까지 느껴진다.
이화신의 감정선은 매우 현실적으로 널을 뛰지만, 시청자들이 이를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게 표현한 것은 조정석이다. 입만 열면 미운 소리를 하는 이화신을 사랑스럽게 포장할 수 있는 것은 조정석의 천연덕스러움 뿐이었다. 이쯤 되면 어느 경지에 도달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그는 앞서 영화 ‘특종 : 량첸살인기’에서도 기자로 변신한 적이 있지만, ‘질투의 화신’의 이화신과 닮은 듯하면서도 전혀 달랐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캐릭터의 미세한 다른 점을 찾아 디테일한 표현으로 매력을 더한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맛이 올라오는 연기다. ‘인생 연기’라는 말이 흔하게 돌고 도는 요즘이지만, 이 수식은 ‘질투의 화신’ 조정석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하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질투의 화신’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