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단골 소재인 시한부 인생이, ‘판타스틱’에서 또 한 번 등장했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이야기니 가볍게 다뤄져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그저 시청자 눈물 유발의 도구로 쓰이는 것도 마뜩찮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코믹한 터치로 묘사하되, 그가 죽기 전 꼭 하고 싶던 사랑의 시작을 다뤘다. 그리하야 ‘판타스틱’에는 본격 시한부 삼각관계가 등장했다.
지난 9일 방송된 JTBC ‘판타스틱’에서는 유방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스타작가 이소혜(김현주 분)가 자신의 몸을 잠식해 가는 고통에 괴로워하다 남은 시간만은 후회 없이 보내기로 결심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삼천궁남을 거느린 의자여왕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글 쓰느라 의자에 딱 붙어 사는 의자여왕인 소혜에게는 두 명의 남자가 있다. 발연기와 인기로 대한민국에서 제일 가는 류해성(주상욱 분)과 괴짜 의사 홍준기(김태훈 분)다. 해성은 과거의 악연 탓에 애증 관계고, 준기는 그저 남자 사람 친구였지만 소혜는 점점 두 사람을 향한 감정이 싹트는 것을 느꼈다.
해성은 소혜의 상황도 모른 채 열심히 들이대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준기는 소혜의 곁을 편안하게 지켰다.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가 정신이 드는 순간에 떠올린 것은 해성의 얼굴이지만, 진짜 그의 눈 앞에는 준기가 있었다.
이처럼 마음의 방향이 교묘하게 엇갈리다 보니 세 사람이 펼치는 시한부 로맨스는 점점 쫄깃함을 더해가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소혜는 준기에게 사랑을 해 보고 싶다며 “나랑 사귀어요”라는 취중고백을 했다. 우유니 사막이고 나발이고, 원래 깜깜했던 앞이 더 보이지 않는 삶에는 현재 밖에 남는 것이 없다. 소혜는 지금 눈 앞에 있는 준기의 손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볼 해성이 아님은 시청자들이 전부 공감하고 있을 터다.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소혜와 연기력만 못 가진 해성이 이 시한부 삼각관계의 결말을 어떻게 써 내려갈 지 궁금해진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판타스틱’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