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우리 새끼’에 등장하는 남자 연예인들은 소위 ‘결혼적령기’를 놓쳤다. 미디어 속에서 늘 불쌍한 존재로 그려지던 이들의 삶을 막상 가까이서 들여다 보면, 얼마나 불필요한 연민이 쏟아졌는지를 알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은 결혼순이라고 말하는 프로그램에서 결혼하지 않아도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방송된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각자의 어머니가 지켜 보는 가운데 김제동, 김건모, 박수홍, 허지웅의 하루가 공개됐다.
김제동의 일상은 으레 ‘노총각’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따라오는 이미지와 전혀 달랐다. 숨겨진 잔근육을 뽐내며 운동을 했고, 외출 전에는 향을 피운 채 명상을 했다. 부지런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지만, 어머니는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신 별로 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도, 자막은 시종일관 “에이~ 거짓말”의 태도다.
소주 냉동고를 새 식구로 집에 들인 김건모는 어떤가. 택배 박스를 벗길 때의 설렘과 들뜸은 크게 공감을 샀고, 구슬땀을 흘려 가며 거기에 소주 네 박스 분량을 차곡차곡 채워 넣은 후의 미소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이를 보던 어머니는 “정신연령이 뒤떨어지는 것 같다”거나 “애 낳으면 저런 짓 안 할 것”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파격적인 일상으로 장안의 화제가 됐던 박수홍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맘껏 놀지 못했음을 한탄하며 “멋진 날라리가 되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의 클럽 출입을 질색했다. 신이 나서 웃고 뛰는 그의 모습에 냉정한 패널들조차 “저렇게 좋아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라고 물었고, 어머니는 일견 이해를 하는 듯하다가도 자제를 바라는 목소리를 냈다.
행복은 결혼순이라고 주장하는 어머니들과, 살다 보니 그렇지만은 않더라고 말하는 자식들이니 의견의 일치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운 우리 새끼’들의 삶에는 “저러니 결혼을 못 했다”기 보다는 “저렇게 살면 혼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인상이 남았다는 점이다.
이날 방송을 마지막으로 ‘미운 우리 새끼’를 하차한 김제동은 아들 귀한 집에 태어난 막내이면서 한 사람의 어엿한 성인으로서 진심을 털어놨다. “내 인생이 있고, 스무 살이 넘었으니 어머니의 뜻대로 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행복의 순서는 스스로가 정하는 것임을 역설하며 공감을 선사했던 대목이었다. 누구에게는 결혼이 행복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누구에게는 아닐 수도 있는 법.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노총각’이라 불리는 이들이 행복을 찾는 다양한 방법들이 더 많이 소개되길 바란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미운 우리 새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