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정이 영화 ‘한강블루스’에서 미혼모이자 한강에서 사는 노숙자 역할을 소화했다. 지금껏 보여줬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한강블루스’에서 김희정의 도전은 성공적이다.
김희정에게 있어 ‘한강블루스’는 분명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한강블루스’에서 김희정이 연기한 마리아는 노숙자와 미혼모일 뿐만 아니라 출산까지 한다. 아역배우 시절부터 오랜 연기경력을 가진 배우라도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더해서 ‘한강블루스’는 9회차 촬영을 통해 만들어진 저예산 영화다. ‘한강블루스’는 순수동인제 영화로 자본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만큼 배우들이나 스태프의 희생도 다른 영화들 보다는 컸을 것이다.
혹독했던 겨울에 한강을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에서 마리아는 자유롭고 애처롭다. 함께 지내는 노숙자들인 장효(봉만대 분)과 추자(김정석 분)에게도 임신 사실을 감추며 혼자서 아픔을 감내한다. 그러면서도 키우던 강아지가 아플 때 도움을 요청할 때는 한없이 나약하기도 하다. 출산 장면에서도 소리 지르고 땀을 흘리며 열정적인 연기를 펼친다. 영화 속에서 마리아는 여리고 강한 양면적인 모습을 모두 보여준다.
특히 몸은 남자지만 마음은 여자인 추자와 묘한 호흡을 자랑한다. 마리아와 추자는 언니라는 호칭을 두고 다투기도 하고 서로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다독여주기도 한다. 추자를 연기한 김정석은 김희정과 연기하면서 눈만 봐도 통하는 것이 있었다고 밝힐 정도로 친밀하다.
김희정은 마리아로서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연기에 더해서 미모도 ‘열일’ 한다. 흑백화면 속에서 선명한 이목구비와 분위기 있는 눈빛을 통해 관객을 매료시킨다. 말 그대로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김희정을 아역배우의 모습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그렇지만 ‘한강블루스’ 속 김희정은 아역을 넘어서 한 명의 배우로 당당하게 우뚝 섰다. 그의 차기작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pps2014@osen.co.kr
[사진] '한강블루스'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