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모두가 소모품”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액션 블록버스터 특집에서 충격적인 반전과 직장인의 애환을 담으며 흥미와 공감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지드래곤이 연쇄 살인을 한 끔찍한 범인이라는 반전이 펼쳐진 가운데, 1년 전 이 프로그램을 떠났던 정형돈이 깜짝 재등장하며 시청자들을 반색하게 했다.
‘무한도전’은 10일 방송된 액션 블록버스터 특집인 ‘무한상사 2016-위기의 회사원’에서 의미 있는 행복한 결말을 꾸렸다. ‘라이터를 켜라’ 장항준 감독과 ‘시그널’ 김은희 작가를 내세워 웃고 즐기던 상황극을 벗어나 한 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쉴 새 없이 반전이 펼쳐졌다.
스릴러 장르의 이 영화는 유부장(유재석 분)을 비롯해 ‘무한상사’ 직원들이 의문의 죽음 혹은 부상을 당하는 이야기로 시작됐다. 일본인 마키상(쿠니무라 준 분)이 준 오르골을 가지고 있던 직원들이 모두 사고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정과장(정준하 분)은 마키상을 찾았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이미 연쇄 살인을 저지른 권전무(지드래곤 분)에게 매수됐기 때문. 마키상은 권전무의 전화번호 뒷번호를 알려줬다. 이 번호가 김과장(김희원 분)을 비롯한 죽음에 이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걸려온 전화번호라고 알려줬지만 일본어를 알아듣는 하사원이 정과장에게 알리지 않았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되고 권전무가 범인이라는 것을 눈치 챈 정과장에게 하사원은 언제까지 바보처럼 살 거냐며 권전무에게 잘보이기 위해 진실을 숨겼음을 드러냈다.
같은 시각 권전무는 사경을 헤매다가 깨어난 유부장을 다시 죽이려고 했지만 정의로운 경찰 차수현(김혜수 분)이 등장하며 다행히 무위로 그쳤다. 권전무는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돈으로 다시 풀려날 수 있을 것이라는 유부장의 씁쓸한 예언이 이어졌다. 다만 권전무의 지시로 유부장을 비롯해 죽은 사람들이 만든 비자금을 어려운 이웃들이 쓸 수 있도록 기부했다.
권전무에 대한 진정한 복수였다. 바보라고 손가락질 받던 정과장, 그리고 마지막까지 진실을 파헤친 유부장의 승리였다. 그리고 유부장은 다시 또 직장인의 삶을 살며 “우린 모두 소모품”이라는 씁쓸한 이야기를 남겼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와 함께 직장인들의 애환이 담긴 공감 가득한 영화였던 것.
뒷이야기를 예측할 수 없는 반전, 그리고 화려한 배우들을 보는 맛이 있는 영화였다. 김혜수, 이제훈, 쿠니무라 준 등이 함께 했고 빅뱅 멤버 지드래곤이 데뷔 후 처음으로 정극에 도전했으며 심지어 반전을 가진 악역을 연기했다. 또한 정형돈을 1년 만에 만날 수 있는 반가운 기회였다.
김태호 PD는 10일 OSEN에 정형돈의 1년 만에 출연에 대해 “‘무한도전’과는 아쉽게 헤어지지만 시청자분들께 마지막 감사인사는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라면서 “‘무한상사’ 가장 마지막 신으로 촬영해서 넣었다”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관계자 역시 “정형돈 씨가 앞으로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는 다짐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 해 11월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한지 1년여 만에 안방극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중단했으며 최근 ‘무한도전’에서 최종적으로 하차했다. 대사 역시 의미심장했다. 정형돈은 유부장이 깨어나길 바라는 응원을 하는 연기를 펼쳤다. “부장님 힘내세요. 지금은 고통스럽고 힘겨워도 이겨내야 한다. 빨리 회복하셔서 다 같이 웃으면서 꼭 꼭 다시 만나요”라고 말했던 정형돈, 그가 이 대사처럼 건강을 회복해서 ‘무한도전’에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시청자들이 많다. /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