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을 놀라게 하고, 김혜수도 "잘한다"고 인정한 지드래곤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첫 정극 연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강렬하기까지 했다.
지드래곤은 지난 3일과 10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2016-위기의 회사원'에서 권지용 전무로 출연, 첫 정극 연기에 도전했다. 지드래곤은 자신이 정극 연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도 모른채 '무한상사'에 출연을 했기 때문에 촬영하는 내내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연발했다.
특히 자신의 연기 보는 걸 제일 싫어한다고 말할 정도로 연기에 대한 울렁증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김희원, 이제훈, 김혜수 등 배우들을 만날 때는 어쩔 줄을 몰라하며 진땀을 뺐다. 데뷔 10년차로 무대 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재치 넘치는 입담과 센스를 발휘해 왔던 지드래곤의 이 같은 반전 매력은 그 자체로 흥미와 재미를 유발했다.
장항준 감독은 이런 지드래곤의 연기에 대해 "잠재력을 높이 샀다"며 "역시 프로라 카메라가 돌아가니까 달라지더라"며 칭찬을 했다. 프라이빗 시사회에서 영상을 먼저 본 유재석은 "지용이만 또 살아남을 것 같다"고 말하며 지드래곤의 연기력을 극찬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배우가 아닌 가수로서 첫 정극 연기에 도전하는 것 치고는 잘한다는 의미의 칭찬이라 여겨졌다.
그런데 이게 웬일. 지드래곤은 멤버들 모두를 압도하는 분량 속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뽐냈다. 극 내용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된 촬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감정선이나 표정 연기가 일품이었다.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 분)의 "어이가 없네"를 패러디를 시작으로 그가 보여준 악역 연기는 그가 왜 모든 이들에게 칭찬을 받았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게 했다.
놀라운 건 촬영 전에는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굉장히 쑥스러워하던 그가 카메라 앞에서는 돌변해 소름돋는 눈빛 연기를 보여준다는 것인데, 쟁쟁한 연기자들 앞에서도 전혀 주눅들거나 긴장하는 기색 없이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은 그 어떤 극찬도 아깝지 않았다. 김혜수 역시 "긴장 하나도 안 하고 잘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
모두에게 인정을 받으며 첫 정극 연기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지드래곤의 연기를 앞으로도 볼 수 있을까. 지금껏 드라마와 영화 출연 제의를 거절해왔던 그가 "이제는 시나리오를 받아볼까 싶다"라고 농담처럼 했던 말이 현실화되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란다. /parkjy@osen.co.kr
[사진] '무한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