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을 마친 뒤엔 온몸이 땀으로 젖어들었다. 숨이 가빠 거친 숨소리가 고스란히 마이크를 타기도. 어느새 평균 연령 37.7세가 된 젝스키스 다섯 남자가 데뷔한 지 19년 만에 생애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그동안 쌓아둔 한을 모두 풀어낸 '오빠들'이었다.
11일 오후 5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젝스키스의 단독 콘서트 '옐로우 노트'가 개최됐다. 16년 만에 재결합해 단독 콘서트까지 마련한 고마운 오빠들을 보려고 전국 각지의 '노랭이' 팬들이 모여들었다. 올해 초 MBC '무한도전-토토가2' 덕분에 생긴 어린 팬들도 한가득이었다.
#그 시절 불렀던 히트곡 소환 완료
'컴백'을 시작으로 콘서트 포문이 열렸다. 멤버들은 '로드파이터'와 '폼생폼사'로 공연 시작부터 달렸다. 콘서트장 열기는 지난 무더웠던 여름날 폭염 못지않게 후끈 달아올랐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1만여 명의 팬들 덕분에 금세 노랑 바다 물결이 넘실거렸다.
노래를 마친 뒤 멤버들은 돌출 무대 곳곳을 누비며 객석 팬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3층 구석에 앉은 팬들과도 눈인사를 잊지 않았다. 멤버 이재진은 "16년 만에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인사 드리게 됐다. 오늘이 마지막 공연이라 시작부터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힘차게 인사했다.
'컴투 미 베이비', '배신감'에 이어 '사랑하는 너에게'로 뭉클한 분위가가 이어졌다. '예감' 때엔 멤버들이 여성 파트너와 함께 달콤한 뮤지컬 형식으로 무대를 꾸며 팬들을 뒷목잡게 했다. 관객들은 이어진 '너를 보내며'에서 '떼창'으로 흥분을 표출했다.
#블랙키스+화이트키스도 소환 완료
젝스키스는 2000년 5월 해체 이후 각자 솔로와 제이워크 팀 활동에 집중했다. 콘서트에서 이들의 개별 무대가 빠질 수 없었다. 특히 활동 당시 블랙키스와 화이트키스로 나뉘어졌던 만큼 콘서트 속 깜짝 특별 무대로 마련됐다.
은지원은 젝스키스의 리더에서 카리스마 래퍼로 거듭났다. 2005년 발매한 4집 수록곡 '8t. 트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재진은 솔로 발표곡 '더블J'로 식지않은 댄스 열정을 뽐냈다. 방송에서 보기 힘들던 둘의 솔로 무대에 팬들은 더욱 열광했다.
김재덕은 'A+'로 댄스 퍼포먼스의 진수를 뽐낸 뒤 은지원 이재진과 함께 '그대로 멈춰'를 소화했다. 세 사람은 입을 모아 "안녕하세요. 블랙키스입니다"고 인사하며 "요즘 아이돌은 유닛 활동을 하는데 우린 팀 이름만 나누고 따로 활동하지 않았다. 콘서트니까 준비해 봤다"고 밝혔다.
화이트키스도 질 수 없었다. 고지용이 빠지긴 했지만 강성훈과 장수원은 둘의 목소리만으로 '세이'를 완성했다. 장수원은 홀로 제이워크의 '서든리'를 불렀고 강성훈은 솔로곡 '마이 걸'로 팬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물했다. 오직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었던 스페셜 무대였다.
#신곡 '세 단어'로 젝스키스에 입덕 완료
'무모한 사랑', '연정', '커플'까지 공연 말미 젝스키스는 더욱 빛났다. 변함없이 곁을 지켜 준 팬들과 그 시절 히트곡을 함께 부르며 생애 가장 행복한 스타로 거듭났다. 어느새 공연 시간은 2시간을 향해 갔는데도 멤버들은 온 마음을 다해 무대를 선사했다.
팬들은 '항상 곁에 있을게'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이벤트로 화답했다. '예감'을 무반주로 부르며 진심을 전해 멤버들을 뭉클하게 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멤버들은 흐뭇한 '아빠 미소'와 박수로 감사한 마음을 내비쳤다. 어느새 멤버들의 눈엔 이슬이 맺혔다.
드디어 종료 직전 젝스키스가 준비한 선물의 '끝판왕'이 베일을 벗었다. 16년 만에 컴백을 앞둔 가운데 타블로와 함께 완성한 신곡 '세 단어' 음원 영상을 먼저 공개한 것.
멤버들은 "댄스곡 한 곡과 미디엄 템포 장르 한 곡을 최근 녹음했다. 곧 뮤직비디오를 촬영한다. 오랜만에 나오는 신곡이라 진짜 잘 돼야 한다. 그동안 뮤직비디오 부분이 가장 아쉬웠는데 YG에 와서 고퀄리티로 찍게 됐다. 양현석 형 사랑합니다"고 외쳤다.
'기억해줄래'로 엔딩곡까지 젝스키스는 오래도록 팬들을 두 눈에 담으며 고마워했다. 19년 만의 콘서트는 막을 내렸지만 멤버들이 말한 대로 젝스키스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신곡을 들고 컴백할 오빠들을 기다리는 '노랭이' 팬들이 여기 있는 이유에서다. /comet568@osen.co.kr
[사진] YG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