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돈을 좋아해도 당신만큼 좋아하진 않아."
천하의 라미란이 눈물을 펑펑 흘렸다. 걱정하는 아내의 마음도 배려하지 않고 양복점을 운영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감옥행을 자처하는 철없는 남편이었지만, 아내에겐 둘도 없는 내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억척스러운 모습 가운데 숨겨진 복선녀의 여린 마음이 배우 라미란의 섬세하고 탄탄한 연기력을 통해 안방극장에 오롯이 전달됐다.
11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는 갑자기 모습을 감춘 이만술(신구 분)을 대신해 양복점을 운영하겠다고 나선 배삼도(차인표 분)와 이를 말리는 복선녀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복선녀의 손에 이끌려 자신의 가게로 돌아온 배삼도 였지만, 그는 양복점을 향한 미련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결국, 두 사람은 갈등했고 술집에서 언쟁을 하던 두 사람은 취객과 시비가 붙어 몸싸움까지 하다가 경찰서에 끌려갔다.
술집에서 자신에게 큰 소리치던 아내에게 시비거는 취객에게 분노해 주먹을 날린 배삼도. 하지만 막상 경찰서에 가자 묘책이 생각났다. 배삼도는 "일방적으로 내가 폭력을 행사했다"라며 거짓 증언을 했고 "닭을 튀기며 평생 사느니 차라리 감옥에 들어가 살겠다"며 복선녀에게 마지막 '한 방'을 날렸다.
복선녀는 남편의 황당한 계획에 어이없어 했지만, 막상 유치장에 갇혀 초라하게 국밥을 먹는 남편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약해졌다. 선녀는 자신을 향해 "당신은 나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며 투정하는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한동안 침묵하던 복선녀는 "내가 아무리 돈이 좋아도 어떻게 당신보다 좋겠느냐"라며 "내가 졌다"고 조용히 말했다. 배삼도가 양복점을 맡아 운영하는 결정을 존중해 준 것. 아내의 승낙에 배삼도는 뛸 듯이 기뻐했다.
하지만 남편이 없는 경찰서 복도로 나온 복선녀는 온 몸에 힘이 빠진 듯 털썩 주저앉았다. 많은 생각이 오가는 표정이었다. 이후 최곡지(김영애 분)에게 전화한 그는 결국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남편을 빼내기 위해서는 피해자와 합의가 필요했기 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선녀는 이동진(이동건 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라미란은 억척스럽고 생활력 강하지만, 누구보다 여리고 고운 마음을 가진 복선녀란 캐릭터를 특유의 매력으로 극에 녹여내고 있다. '응답하라 1988'에서 보여준 라미란의 캐릭터와 비슷한 매력을 그대로 살린 가운데 생활력 강한 복선녀 특유의 특징 또한 정확히 잡아내 배삼도 역의 차인표와도 남다른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배역이 가진 억척스러움과 상관 없이 그 안에 있는 진심을 꺼내보일 수 있는 것은 꽤나 까다로운 일이다. 어떤 배역을 맡든, 비중이 어떻든 그 작품에 그대로 스며드는 라미란의 연기는 그래서 더욱 값지다. 복선녀가 더욱 사랑스럽고 뭉클한 이유다. /sjy0401@osen.co.kr
[사진] KBS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