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혼전동거는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가 김소은과 송재림의 동거를 짠내 나게 그려내고 있다. 주변에 누가 동거를 한다고 하면 뜯어 말리고 싶을 정도로 이를 안타깝게 풀어내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이야기들은 구체적이고, 충분히 현실 가능성이 있으며, 공감을 일으키기에 안타까움을 더한다. 그리고 이 같은 지점들이 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로 작용하고 하고 있다. 특히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상부부로 달콤한 호흡을 맞춘 김소은과 송재림이 보여주는 동거의 지독한 이면은 이 예능프로그램이 얼마나 판타지스러웠는지를 보여주기까지 한다.
갑순이와 갑돌이의 동거는 역시나 쉽지 않았다. 신갑순(김소은 분)과 허갑돌(송재림 분)은 알콩달콩 사랑을 속삭이며 미래를 계획했지만, 갈수록 삐걱거리는 모습으로 혼전동거가 보통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극본 문영남, 연출 부성철) 6회에서는 역시 두 사람의 모습은 위태로웠다.
갑순은 갑돌에게 한 사람은 공부할 수 있도록 먼저 밀어주고 한 사람은 생활비를 벌자고 했다. 처음에는 갑돌이 생활비를 벌려고 했지만, 이내 그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면서 갑순이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결국 갑순은 마트에서 일을 시작했고, 갑돌이 공부해서 합격하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 법. 갑순은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갑돌의 모습에 답답하고 화가 났다. 갑돌은 인터넷으로 게임 영상을 보는가하면, 친구와 카톡과 통화를 하며 하루를 보내고, 심지어 다른 여자와 밥을 먹고 연락을 하다가 발각됐다. 그리고 갑순의 부모님은 갑순이 임신을 해, 시험 준비를 접고 동거를 하고 있음을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 갑순은 더욱 가슴이 찢어졌다.
발암 캐릭터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는 갑돌이지만, 그 역시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그는 현재 자신의 둘러싼 모든 상황들이 버겁다. 서른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공시를 준비 중인데, 책임져야할 여자와 아이가 생겼고, 집에서 물려받을 재산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의심하고 옥죄어오는 갑순의 모습은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결국 폭발하는 두 사람. 서로에 대한 막말을 퍼부으며 싸우고 헤어지지만, 방송 말미에 다시 화해하며 짠내 나는 동거 생활을 이어간다.
두 사람의 이 같은 이야기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오는 것은 상황이 지극히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충분히 겪어봤을 수 있을 만한 스토리와 세세한 설정들이 꽤나 인상적이다.
혼전 임신으로 시작된 갑순과 갑돌의 동거. 시작은 달콤했지만 현실은 만만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joonamana@osen.co.kr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