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시간을 거쳐 완성한, 그래서 너무나 소중했을 자신의 대본을 이렇게 아낌없이 모두 공개하는 작가가 지금껏 있었던가. 물론 수일이 지나 대본집이 발간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솔직한 생각과 함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대본을 공개하는 경우는 처음. 끝까지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송재정 작가의 진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송재정 작가는 12일 MBC 수목드라마 'W' 공식 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에 "안녕하세요, 작가 송재정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남겼다.
이 글에서 송 작가는 "낯설고 난해하고 복잡하고 이상하고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W'의 세계에 기꺼이 두 달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해주신 열혈 시청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동시에 "할 얘기는 많고 횟수는 제한되어 있고 제 필력은 딸리다 보니 의도치 않게 불친절한 전개가 진행된 것 같아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작가는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또 단 하나 남은 마지막회를 좀 더 흥미롭게 시청할 수 있도록 1회부터 15회까지의 대본을 모두 공개했다. 그리고 송 작가는 앞으로도 자신의 모든 작품 대본을 방송 직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너무나 파격적인 결정일 뿐만 아니라 'W'를 비롯해 송 작가의 글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그 어느 것보다도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송 작가가 직접 공개한 대본을 다운받아 소장할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 게다가 'W'와 같이 받아들이는 시청자에 따라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드라마라면 대본을 통해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니 더욱 뜻깊을 수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송 작가는 자신이 쓰는 대본에 대해 '어렵지 않을까', '어떻게 설명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실제로 송 작가가 언급한 대로 드라마 방영 기간 동안 내용이 어렵다는 글이 많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송 작가는 전 대본 공개라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자신의 작품을 끝까지 사랑해준 시청자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싶어하는 송 작가의 진심이 드러나는 대목. 그리고 자신을 보며 작가의 꿈을 키워나갈 후배들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까지 읽을 수 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스토리 전개와 필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꽉 움켜쥐었던 송 작가가 마지막까지 전한 과감한 결단력에 박수를 보낸다. /parkjy@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