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진정성 자체를 의심받았던 MBC 예능 '진짜사나이'가 잃어버린 가치를 회복하는 분위기다. '갓시영'이라 불리우며, 여자는 물론 함께하는 남자 출연진까지 승부욕을 활활 불태우게끔 만드는 배우 이시영의 존재 덕분이다.
당초 '진짜사나이' 제작진은 '연예인들이 군부대를 찾아 군인들의 훈련과 일상을 직접 체험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군생활의 실제 모습이란 게 단 며칠간의 촬영으로 카메라에 오롯이 담아낼 수 없다는 것 쯤은 '군필자'라면 누구든 다 아는 사실이다.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진짜사나이'는 방향을 선회해 예능에 조금 더 무게중심을 둔 듯한 양상을 내비쳤다. 군대리아나 바나나라떼를 한껏 맛깔나게 먹는 '먹방'이라든지, 재미있고 유쾌한 캐릭터를 부각시킨다든지, 혹 여성 출연자의 경우 평소 작품이나 무대에서 보지 못했던 의외의 면모나 귀여운 모습을 소비시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이는 '진짜사나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고, 이를 인기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지속시키는데 일조했다. '진짜사나이'는 어차피 '예능'이라는 생각이 자리잡은 것도 비슷한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이시영의 등장은 그간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진짜사나이'의 가치, 진정성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드는 도화선이 됐다. 해군부사관 특집에 출연중인 이시영은 전에 보지 못한 특급 에이스로 활약하며, 이제까지의 여성 출연자에 대한 편견을 모조리 날려버릴 만큼 육체적·정신적 강인함을 확인시키는 중이다. '진짜 군인을 해도 잘할 것 같다'는 시청자 반응은 이를 십분 반영한 결과물인 셈.
사실 '진짜사나이'에서 4차원 캐릭터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는 아니다. '억지춘향식'으로 예능형 웃음을 자극할 필요도 없고, 세상 가장 힘든 척 눈물을 쏟아낼 필요도 물론 없다. 적어도 '진짜사나이'가 초반 추구했던, '진짜 군대'에서는 그런 군인은 실제로 거의 없다.
'예능 프로에 나와서 진지하게 열심히 하면 안 된다'는 속설을 굳이 '진짜사나이'에까지 적용시킬 요량이라면, 어차피 군부대까지 들어갈 필요조차 없다. 최소 '진짜사나이'에 임하는 출연자라면, 무릇 이시영처럼 카메라도 잊은 듯 온전히 군인 신분에 몰입하는 태도가 오히려 설득력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이시영으로 점화된 '진짜사나이'의 가치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이어져갈지 주목된다. / gato@osen.co.kr
[사진] '진짜사나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