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기태영은 스크린보다 안방극장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배우다. 스크린에서 만난 주연배우 기태영은 드라마와는 달랐다. 자살을 생각하는 아이러니한 면을 지닌 신부를 연기하며 진지하고 소탈한 매력을 드러냈다.
‘한강블루스’는 독특한 영화 세계를 가진 이무영 감독의 4번째 영화로 한강 물에 뛰어든 신부와 한강을 떠돌면서 살아가는 노숙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연 없는 무덤이 없듯이 노숙자들도 저마다의 아픔과 고통을 안고 살아가지만 서로 아픔을 달래주고 치유해주며 삶을 살아간다.
‘한강블루스’에서 기태영이 맡은 신부 명준이 가진 아픔은 사랑이다. 신에 대한 사랑과 여자에 대한 사랑에서 갈등하며 성직자라면 상상할 수 없는 자살이라는 죄를 저지른다. 그리고 그런 명준을 구해주는 것은 장효(봉만대 분)다. 큰 죄를 저질렀기에 성당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신부 명준은 그렇게 노숙자들과 함께 어우러진다.
명준은 신부와 노숙자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신 분을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스스로 신부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죽음 앞에서 기도를 해주고 불리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장효가 맡기면 신부라고 외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장효와 주고받는 호흡을 보여준다. 명준과 장효의 호흡이 상영시간 내내 웃음을 준다.
영화가 차츰차츰 진행되면서 명준은 성장한다. 자신의 아픔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해서 절망하던 명준은 노숙자 일행과 어울리면서 다른 이들을 돌아보게 되고 그들을 위로한다. 이 과정을 기태영은 차분하지만 진지하게 연기한다.
‘한강블루스’는 9회차라는 짧은 촬영 회차라는 한계와 한겨울 한강의 추위 속에서 찍은 영화다. 기태영은 최근 진행된 ‘한강블루스’ 관련 인터뷰에서 “영화 촬영은 처음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며 “날씨는 추웠지만 함께하는 배우들이 너무 따듯하게 잘해줬다. 날씨 빼고 힘든 것이 없었다”고 밝힐 정도로 ‘한강블루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기태영 스스로 즐겁게 찍은 만큼 결과물도 좋다. 로희아빠 기태영의 또 다른 모습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볼만한 영화다./pps2014@osen.co.kr
[사진] '한강블루스' 스틸